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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4월 03일 13시32분

얼마나 더 오래 떠돌아 다녀야 솟대 위의 새처럼 먼 곳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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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일(지은이 공인숙 시인,펴낸 곳 신아출판사)'은 얼마나 더 오래 떠돌아 다녀야 솟대 위의 새처럼 먼 곳 볼 수 있을까를 묻는 시집이다.

시인의 시는 자연을 향한 한 줄기 바람의 편지다. 시를 읽으면 “바람만큼 외롭고 쓸쓸한 건” 없으며 바람만큼 그 손길이 미치지 않는 것이 없다다. 출렁거리는 보리밭에 바람의 몸이 있고 파도치는 바닷가에 바람의 색이 있다.

흐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물과 불과 바람의 끊임없는 욕망은 “길섶에 피어난 쑥부쟁이의 꽃대”에도 있고, “살구꽃 눈부신 날”, “깊은 우물 속”에도 있다. 바람 부는 꽃대에 내가 서 있고, 깊은 우물 속에 당신의 얼굴이 있다. 세상 모든 곳에 바람같은 당신이 있고 바람 같은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에서는.

'단 내 풀풀 나는 복숭아/생채기가 나 있다/상처 난 것도 버리지마라//산다는 건/상처를 보듬는 일/그 상처가 내가 되는 일(‘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전문)'

만질 수 없는 만물 속에서 대상을 향한 그리움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상대와 교감하게 되며 자웅동체인 동시에 동심일체가 될 수 있다.

안효희 시인은 "경주 박물관에 가면 웅장하고 멋진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노란 손수건 같은 잎 흩날리며 곧게 허리 편 채 담장너머 먼 곳, 우리가 닿을 수 없는 먼 곳을 보고 서 있다. 은행나무가 열매 맺도록 암수를 이어주는 것은 상대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이다. 그것은 먼저 가 닿는 바람(風)이며 바람(望)이다. 우리는 얼마나 더 오래 떠돌아 다녀야 솟대 위의 새처럼 먼 곳 볼 수 있을까. '바람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말을 좇아 “수많은 별이 될 때까지” 우리는 걷고 또 걸어 갈 것"이다고 했다.

시인은 2007년 한국문인 시부문 신인문학상으로 데뷔했다. 2008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바람의 일'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엔솔로지 '한국대표명시 1, 2 집', '불곡산의 미소'를 펴낸 바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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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4-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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