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3월 25일 15시34분
[지역의 재발견]이 시대의 주역은 젊은 세대다
어느 시대나 젊은 세대를 걱정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심지어 한두 살 밖에 차이 나지 않음에도 먼저 군 생활을 시작한 병장이 후임 병사들을 보고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엔 군기가 너무 빠졌다.”며 한숨을 쉰다. 장차 군대가 어찌 돌아갈 것인가 한탄하는 것을 보면 우습다.
모두 좋은 뜻에서 걱정하는 것이겠지만 자신도 한때 걱정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을 믿고 마음을 놓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레바퀴는 잘 굴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려스러운 것은 세계가 이념 전쟁을 끝내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와중에도, 젊은이들을 케케묵은 이념 속으로 끌고 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젊은 시절 접했던 정치사상, 이념은 이미 흘러간 물이 되고 말았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리지 못한다.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586세대 또한 나름대로 고생하고 민주화를 위해 돌을 던진 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는 그것이 옳다고 여겼기 때문에 젊은 혈기로 나섰던 것이지, 훗날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심리 때문은 아니었다고 본다. 역사는 누가 누구를 인정하고 보상해주는 그런 보상체계가 아니다. 그저 역사의 물결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뿐이다.
과거와 달리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져서 국민소득은 일본을 앞지르고, 해외에 나가서도 우리 여권의 힘을 보고 스스로 놀라는 일이 많다. 지금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보기에 버릇없고 좌충우돌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처럼 눈치 보지 않고 세계 어느 곳에서나 자신의 개성과 능력을 뽐낸다. K팝, K컬쳐를 이끌어가는 이들이 바로 이들이다. 오죽하면 미국 젊은이들이 방탄소년단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일본 소녀와 중년 부인들이 한국 드라마로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한국을 방문하겠는가. 이만큼 세상이 변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하여 앞으로 우리 기성세대를 먹여 살릴 사람들은 젊은 세대다. 그들에게 부담 지우는 정책보다 기성세대가 좀 더 양보하는 정책, 이념으로 다투는 정쟁보다 그들이 선택하는 것을 지지해주는 정치, 이제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바로 자네들일세 하며 물러날 줄 아는 모습이 필요하다.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조선 최초의 주식회사인 경성방직을 설립한 인촌 김성수, 고하 송진우 선생도 2030세대로 불렸던 시절에 모두 큰일을 해냈다. 역사는 젊은이들의 무대였다.
우리 정치가 이토록 혼란스럽고 종잡을 수 없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586세대 정치인들의 기득권 수호, 다시 말해 수구적 태도를 들고 싶다. 한때 심취했던 낡은 이념의 껍질을 깨트리지 못하고 안주하며 기득권을 누리려는 욕심이 문제다. 젊은 날 운동했던 것은 훈장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의원들을 보면 어디 가서 정상적으로 돈을 벌거나, 전문적 기술과 경력을 쌓기보다는 운동에 열중하여 이념적으로 강화된 사람들이 많다. 운동이 바로 직업이었다는 말이다. 그들이 운 좋게 젊은 나이에 뱃지를 달고 4선, 5선까지 무난하게 하는 것도 능력이라면 부러운 능력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은 투쟁이 몸에 밴 사람들로서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젊은이들을 이끌기에는 너무 낡았다.
이제 유능하고 전문성을 갖춘 젊은 세대가 정치에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586세대는 구태의연한 이념의 깃발을 내리고 삶의 지혜를 나눠줄 줄 알아야 한다. 본전 생각을 버려야 박수받는다. 젊은이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게 정치를 하면 최소한 지금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선 세대가 이뤄놓은 바탕 위에서 맘껏 일해보게. 젊은 정신이 필요하네.”
/소설가 박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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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3-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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