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3월 25일 14시06분
[온누리]삼식이와 못난이 농산물
물고기 삼식이를 잘 알고 있는가. 이는 부정적 의미로 종종 쓰는 말입니다. 세 끼니를 다 챙겨 먹어 이름이 삼식이라 부르는 지인이 있다. 일은 똑소리 나게 잘 하지만 사회성이 별로이며, 생김새를 보면, 자기 이름 삼식이처럼 잘 생기지 않았다. 매운탕으로 일품인 '삼식이'는 표준어로 '삼세기'이지만 전라도 방언인 삼식이가 훨씬 더 귀에 익숙하다. '겉은 좀 어벙하고 거시기하지만 속은 꽉 찬 사람'을 가리켜 '삼식이'라 부르는데서 붙여졌다. 강원도에선 '삼숙이',경남에선 '탱수'로 통하는 이 생선은 '아귀'와 더불어 가장 못 생긴 '추어'로 꼽힌다. 민어, 도미 등 잘생긴 놈들은 회로 많이들 선호하고, 못생긴 생선들 일수록 탕이 더욱 맛나는 법이니 세상사 잘나건 못나건 등 상관없이 각각 쓰임새가 있나 보다.
‘삼세기’는 아귀, 곰치와 함께 못생긴 생선의 대명사로 쓰이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김제 심포항 인근 식당에 가면 앞서 말한 못생긴 세 가지 생선을 요리해 제공하는 식당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삼세기탕은 해장 음식으로 안성맞춤이다. 삼세기는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또 칼륨, 인, 칼슘 등을 함유하여 혈압을 낮추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
흠집이 있거나 눌려 크기나 모양이 제각각인, 규격품으로 못파는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삼세기’같은 존재이지만 매장마다 매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고물가 속에 착하고 똑똑한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못난이 농산물 발생률은 당근과 무 같은 8대 채소의 경우 14.6%, 배와 복숭아 등 과일은 19.7%에 달한다. 한 해 폐기 비용만 6,000억 원, 농가 손실액은 2조에서 5조 원 사이로 추정된다. 전북에서도 한 해 10만 톤의 못난이 채소와 과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금액으로는 2,818억 원이다. 팔지 못해 폐기되면 폐수와 메탄가스, 이산화탄소 발생으로 환경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북도의회가 바로 이같은 낭비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못난이 농산물 유통 활성화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전북도 역시 안정적인 유통을 위해 못난이 농산물 품목과 생산량 등을 조사하고, 물량 확보와 적정 가격 결정 등에 참여할 계획이다. 농가 소득 증대와 소비자 부담 경감, 환경 오염 예방까지, 못난이 농산물의 일석삼조 효과가 주목된다. 못난이 농산물은 외관상 결함이 있으나 맛이나 영양에서 일반 농산물과 다를 바 없어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 유통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한다면 농업인의 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자원 낭비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맘때쯤 김제 심포항에서 맛본 삼식이 요리가 생각남은 왜 일까./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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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3-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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