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숨만쉬고 가구소득 다 모아도 3.9년
-전북 주거비 부담 커, 소득대비 집값 상승률 너무 가팔라
-임대료 부담 또한 대도시인 광주나 울산보다 전북이 더 커
“주변에선 집값이 더 뛰기 전에 지금당장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라도 해서 집을 사라고 하는데 고민이죠…한두푼도 아니고 월급만으로 그 많은 대출금을 어떻게 갚아나갈지, 고금리가 지속되면 파산하는 거 아닌지 등 이래저래 머리가 아픕니다.”
봄 이사철을 맞아 전주에 사는 삼십대 후반 맞벌이 회사원인 김모씨 부부의 고민이다. 곧 만료될 예정인 전세계약을 놓고 한번 더 갱신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이참에 추가 대출을 받아 내집을 장만하는 게 나을지 선뜻 결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북도민은 김씨 부부처럼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면 숨만 쉬며 한푼도 안쓰고 모든 가족의 소득을 다 모아도 최소 4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말 전국 6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면접조사해 내놓은 ‘2023년도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지역 자가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중위수 기준 3.9배, 즉 가구소득을 전액 저축하더라도 내집 장만까지 3.9년이 소요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년도 조사 때보다 소폭 짧아졌지만 2010년 이후 증가세는 지속되는 양상을 보였다. 전국 도(道) 지역 평균과 비교해도 0.2배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전북도민들은 소득 대비 집값 상승률이 가팔라 집 장만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임대료 부담은 한층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도내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중위수 기준 13.5%, 즉 전체 월소득 중 13.5%를 임대료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전국 도(道) 지역 평균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이자, 대도시인 광주(13.2%)나 울산(12.5%)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한마디로 전북도민의 주거비 부담은 자가든, 무주택자든 가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적으론 여전히 서울이 자가든, 임대든 주거비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스레 주거지원 정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측은 “조사결과 주거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가구는 전체 40.6%에 달해 전년대비 3%포인트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론 “전체 응답자 35.6%가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희망했고 전세자금 대출(24.6%), 월세보조금 지원(11%), 장기공공 임대주택 공급(10.7%) 등을 원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지역사회 주거 문제, 특히 영끌로 빚잔치를 벌이는 청년층 주거 문제는 같은 시기 전북자치도가 자체적으로 조사해 내놓은 ‘2024 전북사회조사’로도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표본가구에 사는 15세 이상 가구원 2만여 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전체 청년(19~39세) 26.1%가 현재 부채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부채액은 1억원 이상(18.8%)이 가장 많았고,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18.5%)이 뒤이었다. 즉 전체 채무자 37.3%는 5,000만원 이상 고액의 빚을 진 것으로 조사됐다.
부채원인 1순위는 내집을 마련하는데 썼다는 사례가 전체 50%를 차지해 압도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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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3-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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