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복정권 - 2025년 03월 23일 14시02분
<기획>새로운 우주시대, 태양 돛 달다
캠틱 우주항공사업부, 조용한 도전우주·항공·방산 기술의 숨은 장인들
20년간 위성 지상지원장비부터 방산 시험장비까지 꾸준한 기술 축적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국가 첨단기술을 뒷받침해 온 20년
“많은 사람들이 위성과 로켓에 관심을 갖지만, 그것을 만들고 시험하는 장비에는 관심이 적습니다. 하지만 이런 ‘보이지 않는’ 장비와 기술 없이는 우주 개발도, 국방 기술 발전도 이뤄질 수 없습니다.”
캠틱종합기술원 장익수 우주항공사업부장 말이다. 2004년 KO-1 항공기 조종석 하드웨어 개발로 방산분야 첫 발을 내디딘 캠틱은 2007년 천리안 위성 탑재 안테나 시험지원장치 및 운송 컨테이너를 개발 우주분야에도 진출했다. 이후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난 곳에서 국가 우주‧항공 ‧ 방산 기술 발전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장비와 기술을 개발해 왔다.
캠틱이 개발하는 장비들은 우주 ‧ 항공 ‧ 방산 분야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다. 프로젝트 별로 맞춤형 장비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장비 하나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아이디어와 최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전북이라는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통 제조업의 기반 위에 꾸준히 전문 엔지니어링 기술을 쌓아 올리며 성장해 왔다.
처음에는 단순 장비 제작만 했지만, 점차 설계역량을 키우며 경험을 쌓아 특화된 시험장비 개발 및 시험 기술까지 확보하면서 종합적인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갖추게 되었다. 화려한 성과는 아니더라도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캠틱의 방식이다.
이런 꾸준한 노력으로 캠틱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시스템,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내 주요 기관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천리안 위성, 아리랑 위성, 천리안 위성, 차세대 중형위성, 달 탐사위성(다누리) 등 국가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성과를 이뤘다.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이룬 기술적 성과
위성은 우주에서 작동하는 고가의 첨단 장비지만, 그것이 안전하게 우주로 가기까지는 수많은 지상 장비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캠틱종합기술원은 2007년 천리안 위성 탑재 안테나 MGSE(Mechanical Ground Support Equipment, 위성 기계지상지원장비) 개발을 시작으로 2009년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 3호, 아리랑 5호, 7호, 천리안 위성, 차세대 중형위성 등 국내 주요 위성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캠틱이 만드는 장비는 TV에 나오지 않지만 이 장비들 없이는 위성을 조립하고 시험할 수 없다. 위성이 발사되기까지 필요한 필수적인 시험, 통합, 조립 등의 과정을 지원하는 장비를 개발‧제작하는 것이 캠틱의 역할이다.
여기서 말하는 위성 기계지상지원장비는 Lifting Device(부품/위성체 이동), Platform(부품/위성체 거치 및 이동), Dolly(패널/태양전지 패널 회전), MPT(Multi-Purpose Trolley, 위성체 방향전환), Zero G Device(역중력 보상장비), Shipping Container(위성/부품 운송용) 등 위성을 다루는데 필요한 다양한 장비들이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수백억 원에 달하는 위성체를 정밀하고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것들이다. 캠틱은 이런 장비를 처음 위성 개발단계부터 고객과 사양을 협의해 가며 설계부터, 제작, 시험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우리 나라에서 처음 위성을 개발할 때에는 해외에서 수입하던 장비들이었다. 위성 부품들에 비해 크기가 크고 운송이 쉽지 않아 국산화 우선 품목에 해당되어 오랜 엔지니어링 경험과 담당자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지금은 고객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장비를 설계, 해석하고 제작 및 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특히 2016년부터는 차세대 중형위성 MGSE개발, 2020년 KAI 425 EO/IR 위성 MGSE개발, 2021년 달 착륙선 착륙장치 구조 안정성 시험모델 제작, 2023년 한국형 BFT 통신위성 대형 안테나 기술개발 등으로 조금씩 위성이나 탑재체 구조물에 대한 전문기술영역으로 확장해왔다.
이러한 성과들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문제점을 분석하고,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 나은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온 캠틱 임직원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작지만 중요한 시험장비의 개발
방산 분야에서도 캠틱은 눈에 띄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04년 KO-1 조종석 및 교관석 하드웨어, 2005년 F-4 반력제어장치 스테이션 박스 케이블 관련 장비를 시작으로 다양한 방산 시험장비를 개발했다.
방산 장비도 결국 안전성과 성능이 중요하다.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시험장비가 필요한데, 이 시험장비가 얼마나 정확하고 신뢰성 있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최종 제품의 품질이 결정된다.
캠틱이 방산분야에서 개발한 장비들은 정밀위성, 가스터빈 엔진 시험장비, 장공지 엔진 연소기 시험리그 등이다. 이런 장비들은 전투기나 미사일 같은 화려한 최종제품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지만, 그 제품들의 핵심 부품의 성능과 안전성을 보장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2020년에 개발한 장공지 연소기 시험리그는 상당히 복잡한 장비인데, 이런 장비를 자체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장비 개발은 화려한 기술 혁신이라기보다는 꾸준한 경험 축적과 사용자 요구사항 분석, 시행착오를 통한 개선의 결과물이다. 한 가지 장비를 개발하는데도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런 지난한 과정을 묵묵히 이어온 결과 캠틱은 방산 시험장비 분야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작은 시작에서 사업영역 확장으로
항공 분야에서도 캠틱종합기술원은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 점차 영역을 확장해 왔다. 항공기 Wing 조립치구, 공동시험용 중소모형, 항공기 부품 내구성 시험장비, 피로시험 치구 등을 개발했다.
항공 분야에서도 시험장비가 매우 중요한 만큼, 특히 부품의 내구성이나 피로도를 측정하는 장비는 항공기 안전과 직결된다. 눈에 확 띄는 기술은 아니지만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전북에서의 첨단기술 개발, 의미와 성과
전북지역은 전통적으로 농업과 소규모 일반제조업이 강한 지역으로 우주 ‧ 항공 ‧ 방산과 같은 첨단산업 기반이 전무했다. 초기에는 부품조달이나 전문 가공업체를 찾기 위해 서울, 대전, 부산 등 전국을 다녀야 했고, 함께 할 전문인력 확보도 매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캠틱은 꾸준히 지역 제조업체를 발굴하고 부족한 기술을 지원하며 제조업체의 기술력을 성장시켰고, 대학과 연계하여 인력을 양성하는 등 지역 내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다.
우주 ‧ 항공 ‧ 방산 분야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초기에는 ‘전북에 있는 연구소가 우주장비를 만든다고?’하는 의아한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남들이 하기 꺼리거나 어려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마다 더 많은 기회가 이어져 왔다.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시작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한화시스템, 대한항공 등 관련 분야 굴지의 주요 기업들과의 네트워크가 확장됐다. 또한 세계적인 위성 전문기업들과도 교류 및 협업을 수행하게 됐다.
캠틱의 성과는 화려하지 않지만, 국가 우주항공 방산분야에서 꼭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개발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기술자립에 기여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처럼 캠틱은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우주 ‧ 항공 ‧ 방산분야의 장인으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여 국가 기술자립과 지역발전에 기여해 온 이들의 여정은 이제 위성체계 개발이라는 새로운 장으로 나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북에서 20년 가까이 우주 ‧ 항공 ‧ 방산 기술의 기반을 다져온 캠틱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이룰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장인정신으로 미래를 향한 도약”
장익수 우중항공사업부장은“기술과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일터”라는 모토처럼 앞으로도 동료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기술개발과 연구를 하며 세계적인 우주항공 전문기관으로 성장하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화려한 지역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더라도, 국가 첨단기술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연구개발을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장 부장은 “캠틱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위성을 조립, 통합, 시험을 지원하는 장비와 위성 탑재체와 관련된 연구개발에 집중해왔다”면서 “이제는 그간 축적한 우주환경에 적합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위성체계 개발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캠틱은 위성 탑재체 전개장치와 위성지상지원장비 등 다양한 연구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단계 성장하며 특정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위성과 위성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위성체계 전문기관으로 도약하는 로드맵을 수립 중이다.
그는 “우주기술은 이제 산업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역량을 바탕으로 위성체계 개발과 이를 활용한 서비스 제공까지 나아갈 것이며 다양한 기술개발과 함께 지역 산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03-24 16면
http://sjbnews.com/844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