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3월 20일 14시03분
12·3 '서울의 밤' 지나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창작란에는 이번 계절에도 다채로운 작품들이 마련되어 있다. 황동규, 이문재, 심보선, 진은영, 김현, 백은선, 여세실, 윤혜지, 봉주연, 구윤재의 시와 조경란, 염승숙, 신종원의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 리뷰 코너는 박신현, 선우은실, 정원, 최다영, 황사랑, 김다솔, 안세진, 이성민, 이지은 평론가가 지난 계절에 출간된 시·소설 단행본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섬세하게 읽어주었다. 이 또한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제21회를 맞은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으로 조은주의 '비로와 호랑할배'가 선정됐다.
'문학과사회 하이픈'은 열린 장소가 되고자 했다. 작가와 평론가 등 15명이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부터 1월 말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의 서울 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 즈음까지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겼다.
섣불리 무대 앞을 장식할 표어를 규정하기보단 그 무대의 넓이와 깊이가 굳어버리지 않도록 말의 힘을 키우는 장소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필자들에게 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부터 이후 두 달 동안의 기록을 요청했다. 그 기록이 일기여도 좋고 에세이여도 좋고 비평이어도 좋으나, 가능한 한 밀려오는 사태와 동시적으로 호흡하며 당신이 서 있는 시간과 장소를 기록으로 남겨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말을 다루는 사람들의 고민이 고이고 부글대다 끓어넘치는 역동적인 과정이 15편의 글이 도착했다.
김기태, 김멜라, 김복희, 김이설, 김형중, 문보영, 박솔뫼, 서효인, 소영현, 손보미, 송희지, 이미상, 이장욱, 임유영, 황정은의 글은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감정들, 그러나 글을 읽는 순간 이미 내 안에서도 희미하게 존재하고 있었음을 발견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말로 빚어 건네주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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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3-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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