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유기종 - 2025년 03월 20일 10시34분
독자기고
박상륭은 1940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났다. 장수읍 노곡리 부농 막둥이로 태어난 박상륭은 한학을 공부한 아버지 밑에서 시를 배운 똑똑한 아이였다. 어머니 나이 45살에 본 늦둥이였다. 쭈글쭈글하고 시커먼 어머니가 부끄러워 책상 아래로 숨은 아이가 박상륭이었다. 장수초등학교, 장수중학교, 장수농고(제2회 졸업생)에서도 1등을 놓치지 않은 수재였다. 장수농고를 졸업할 때, 500편에 이르는 시를 썼고, 장차 대통령을 꿈꾸는 조숙한 학생이었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에서 김동리(1913∼1995)로부터 수학했으며,1963년 에 소설 ‘아겔다마’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고, 한때 이 잡지의 편집자였다가 간호사로 전직한 지금의 부인과 결혼해 1969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캐나다 정착 초기에 병원의 시신 안치실에서 청소부 등으로 일하면서도 틈틈이 소설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형이상학적이고 종교적인 주제를 주로 다뤘다. 죽음과 삶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고행적인 소설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 난해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고인이 구사했던 문장은 길었고, 하나의 문장 속에 괄호와 쉼표가 빈번히 등장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갈피를 잃게 했다. 그 복잡해 보이는 문장 속에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 신화와 민담, 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였다. 그래서 생전의 고인은 자신의 소설에 대해 “잡설”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서사적 사실주의가 대세였던 한국 문단에서 고인의 독특한 작품 세계는 일부 평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장편소설 '죽음의 한 연구'가 손꼽힌다. 평론가 김현(1942~1990)은 1996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이 소설에 대해 “이광수의 이후 쓰인, 가장 좋은 소설의 하나”라고 평했다.
언젠가 신문 일면에 한국이 노벨문학상을 탄다면 박상륭이 일번이라고 썼다. 과한 표현이 아니다. 그 많은 저서 중에 '죽음의 한 연구' '칠조어론'만 인용해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한국문단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누구들처럼 성명서를 찢지 않고 그는 시체실 청소부로 일하면서 모국어로 소설을 썼다.
서사적 사실주의가 대세였던 한국 문단에서 고인의 독특한 작품 세계는 일부 평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장편소설 '죽음의 한 연구'가 손꼽힌다. 시인 김사인은 고인을 생전에 인터뷰하면서 “40년 가까이, 존재의 근원에 맞서 글쓰기의 형식으로 치러지고 있는 박상륭의 고투는 가히 영웅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죽음의 한 연구가 영화,"유리"로 만들어 진 이야기들이 기록되어 있다. 필자가 강원도 횡성에 가을 때 조명 시인이 운영하는‘에버덩’문학관에는 서울의 대학원생들이 ‘박상륭 문학’을 연구하고 논문을 쓰러 이곳을 찾는다 한다. 그것뿐이 아니고 전국의 문인들이 무수히 이곳에 와서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를 공부하고 돌아 간다 하였다.우리 고향 장수 사람들의 바램은, 늦었지만 그의 행적을 찾고 지역내에 박상륭 문학관이나 아니면 역사관에 유품들을 전시, 또는 기념비라도 건립하여 그 문학적 가치를 기리고 널리 알릴 수 있기를 소원하고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문학사에서 빛나는 이유는 다양한 상징과 비유가 풍성한 주해와 분석, 재구성과 페러디의 대상이 되면서 훗날의 문학사를 풍성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여러 세기가 지난 뒤에도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가? 그가 바로 내 고장(長水) 출신 자랑스런 소설가 박상륭이 아닐까 싶다.
한국예총장수지회 회장 고 강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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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3-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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