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03월 17일 16시14분
소상공인 줄파산에 3,750억 더 빚보증
-전북도-시군-금융사, 역대 최대 회생자금 대출 협약-상공업계 돈맥경화 해소 기대, 빚폭탄 돌리기 우려도
도내 지자체들이 줄파산 중인 소상공인을 돕겠다며 3,000억 원대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빚보증을 추가로 서주겠다고 나섰다.
자금줄이 꽉 막힌 상공업계의 ‘돈맥경화’를 풀어주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와 언제 터져도 이상치 않은 ‘빚폭탄 돌리기’식 땜질 처방이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전북자치도를 비롯해 전주시, 군산시, 익산시 등 9개 시·군은 17일 도청에서 전북신용보증재단,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등 7개 금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총 3,75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회생 보듬자금 지원사업을 추진하자는데 합의했다.
지자체들은 종잣돈을 출연하고, 신용보증재단은 연대보증을 서주고, 금융사들은 이를 담보로 경영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게 장기저리 융자를 해주는 방식이다.
올해 지원 규모는 코로나 파동기인 2021년(860억원)보다 4배 가량 많고, 지난해(2,739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치다. 기초 시·군이 직접 출자자로 참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지역 상공업계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전북자치도는 이번 조치가 코로나 이후 고물가 파동과 역성장 쇼크 등의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들이 재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김관영 도지사는 “도내 소상공인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금융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금융기관과 협력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빚폭탄 돌리기에 가까운 임시방편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전북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금은 재작년(549억원) 역대 최대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670억원) 또다시 그 기록을 갈아엎었다. 신보가 빚보증을 서준 도내 소상공인들이 그만큼 많이 파산했고, 이들을 대신해 국민 세금으로 갚아준 빚 또한 그만큼 많았던 셈이다.
덩달아 신보는 물론, 그 운영비를 대는 지자체까지 동반부실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빚보증 사고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는 점이다.
현재 전북신보가 빚보증을 서준 도내 소상공인 대출보증 잔액만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1조6,883억 원대로 추산됐다. 이는 한해 사이 2,000억원 가량 더 늘어난 규모다.
전북자치도측은 이런 상황에 대해 “도내 대위변제율은 전국(평균 5.65%) 최저 수준인 3.97%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어 안정적인 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전북신보 빚보증 사례를 포함한 도내 전체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지난해 2분기 기준 총 27조6,000억 원대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는 지역내총생산(61조3,000억원·2022년 기준) 약 45% 수준이다.
익명의 한 지역정가 인사는 “도내 상공업계의 어려움은 단순한 경영난이 아니라 과자와 옷은 물론 자동차 바퀴와 해외여행 상품까지 싸게 다 파는 e커머스(전자상거래)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빚폭탄 돌리기식 대출보증 정책만으론 한계가 명확하다”며 “지역 특화형 e커머스 개발이나 배달서비스 보급 등과 같은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곧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새로운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며 “이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춰 당을 대표하는 공약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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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3-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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