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창]“산아제한 정책과 닮아있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
중장기적으로 식량안보라는 대재앙 불러올 것, 벼 재배면적 조정제 반드시 철회되어야..
정부가 올해부터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도입해 벼 재배면적 감축 추진에 나서기로 하면서 파열음이 확산되고 있다. 농민단체와 함께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감축 계획을 ‘강제 감축’으로 규정하고 감축 계획 철회와 쌀 수요를 늘리기 위한 실효적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민심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천심을 읽으려는 모습과는 멀어 보인다.
‘벼 재배면적 조정제’는 과거 시행했던 산아제한 제도를 떠올린다. 산아제한 제도는 1960~70년대 급격한 인구 증가율이 국가 경제, 자원의 분배, 생활수준 향상에 큰 부담을 주면서 정부가 꺼내 든 출산 제한 정책이다. 강제적인 산아제한은 당시 인구 증가율은 낮출 수 있었지만 현재에 와서 출산율 급감, 고령화 사회, 노동력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발생시켜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필자의 생각에 ‘벼 재배면적 조정제’는 현재의 불편함인 쌀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단편적 정책에 불과하며 과거 산하제한 정책과 유사한 점이 많아 결국 식량 안보를 지키지 못하는 대재앙을 불러올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쌀 자급률은 100%(완전자급)에 못 미친다. 최근 5년(2019~2023년) 쌀 자급률이 100%가 넘었던 해는 2022년 단 한 해뿐이며, 54일간의 장마로 작황이 부진했던 2020년은 쌀 수확량이 급감(전년 대비 6% 감소)했고, 2021년 자급률은 84.6%로 떨어지기도 했다. 정부 계획대로 벼 재배면적을 8만㏊ 감축하면 자급률은 8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벼 재배면적 조정제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또한 쌀 소비량이 줄었다는 정부의 발표도 잘못되었다. 쌀 소비량은 줄어들지 않았으며 소비의 패턴이 변화된 것이다. 통계청의 쌀 소비량 분석은 가구 부문만 담겨져 있는데 이는 집에서 밥솥으로 짓는 쌀만 포함돼 있다는 뜻으로 떡이나 막걸리, 즉석밥, 장류 등 기업이나 상점에서 만든 쌀 가공식품 등이 담긴 사업체 부분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2024년도 사업체 부문 쌀 소비는 87만 3363t으로 전년 대비 6.3%가 증가했고 이는 가구 부문 소비량(288만 7709t)의 30.2%에 해당되기에 소비가 줄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벼 재배면적 조정제’가 철회되어야 하는 이유는 최근 필리핀과 일본의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필리핀은 현재 식량 안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필리핀은 한 때 1년 4모작으로 쌀을 수출하던 국가였으나 1990년대 농업투자를 등한시하고 부족한 식량은 수입하면 된다는 왜곡된 인식으로 우량농지를 골프장, 공장 등으로 전환해 오다 지금은 대표적인 쌀 수입국이자 식량안보 약소국으로 전락했다.
일본 또한 전례없는 쌀 부족 대란을 겪고 있다. 주된 원인으로는 일조량 부족, 극한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자연재난에 대비한 사재기 현상과 함께 일본정부가 과도하게 추진했던 쌀 생산량 억제정책이 현재의 쌀 부족현상을 발생시켰다.
정부의 쌀 재배면적 감축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강제적인 감축은 식량 안보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남는 밀을 사료용으로 돌리는 등 유사시에 대비해 밀 재배면적을 줄이지 않고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도 이미 수년 전부터 남는 쌀을 가루쌀이나 사료용으로 돌리면서 비상시 논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대한민국 농업의 근간인 벼 재배를 단순한 뺄셈 덧셈의 공식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쌀은 농민이 살아가는 힘이요 국민이 지켜야하는 안보이다. 정부의 ‘벼 재배면적 조정제’가 제2의 산아제한 정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양성빈(전 전북자치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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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3-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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