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강태건 청소년 기자 - 2025년 03월 12일 16시17분
[달그락달그락] ‘탈북민’이 아닌 ‘북향민’으로 부르다
전수미 인권변호사를 만나다
전수미 변호사는 군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였고, 대학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가 성폭력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일을 계기로 국제인권 NGO에서 활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한 외국인 봉사자가 던진 한마디 - "너희는 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니?" - 이 질문이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후 북한 인권 활동에 뛰어들며, 지금은 북한이탈주민과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지키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 법조인의 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원래 꿈은 외교관이었습니다. 특히 문화 외교를 통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어서 사물놀이를 배우고, 한국 문화의 가치를 전파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떠난 한 친구로 인해 인권활동가로 뛰어들면서 제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인권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은, 북한에서 상대방이 먼저 공격할 때 이에 대응하여 때리면 정당방위로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남한에서는 쌍방폭행으로 처리된다는 점 등 많은 점에서 제도의 차이가 있어서 혼란을 겪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제가 지원하는 북향민 중 한 분의 머리카락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약이 부족해 집에서 양귀비나 대마를 키워 이를 약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 친구도 어머니가 싸준 양귀비 가루를 복용하였는데, 이것이 남한에서는 ‘마약 범죄’가 되어 버렸습니다. 대한민국의 법을 몰라서 마약사범이 되어 법정 구속되는 순간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아무도 그를 변호해주지 않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고, 제가 직접 법을 공부해 이 분들을 돕는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법의 벽이 이렇게 높고 어려울 줄 몰랐지만, 죽기 살기로 공부해서 결국 이렇게 인권변호사가 되었습니다.
■ 현재 한국 사회에서 탈북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이들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여러 어려움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 장학금을 신청하고 싶어도 장학금 제도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 자기소개서나 신청서 작성부터 막막해합니다. 북한에서는 파워포인트나 워드 프로그램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발표를 준비하거나 과제를 할 때도 기술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죠. 자기소개라는 건 뭔지 내가 뭘 써야 되는 건지 내용적으로도 너무 막막해 하구요.
그래서 저는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하는 ‘들꽃’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곳에서 남한 청년들이 북한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워드프로세서 사용법 등 실질적인 기술을 가르치며 서로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언어의 차이도 큽니다. 북한말은 순우리말 중심이라, 남한에서 사용하는 한국어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북한에 가족이 있거나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해야 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죠.
■ 북한에서 온 청소년이 한국 사회에서 잘 정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책이 있나요?
◦ 가장 중요한 건 ‘성장과 자립’을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오신 분들 그 삶 자체는 귀한 인격체잖아요. 동등하게 바라보고 이분들에 대한 정책을 펼치는 게 가장 우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분들은 보통 오시자마자 5년 동안 신변보호담당관이라는 경찰관의 보호를 받습니다. 그런데 간혹 SNS에 사진을 올리기만 해도, 연락이 와서 ‘누구를 만나는지, 어디에 가는지’ 묻는 감시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꽤 많죠. 두 번째는 탈북자라는 이름을 이분들이 별로 안 좋아하세요. ‘탈북’ 어감이 안 좋으니까요. 그래서 저랑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2010년도에 ‘북향민’이란 이름을 같이 만들었어요. 북한의 고향이 있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뜻이죠. 이런 이름부터 시작해서 이분들을 배려하는 따뜻하고 세심한 정책들이 좀 더 필요합니다.
■ 작년 정치에 도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정치계에 진출하셔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바라는 사회의 모습이 있을까요?
◦ 정치는 힘들어하는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 비를 막아주는 지붕이 되어 주는 것, 바람을 막는 벽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같은 사람도 진심과 노력으로 얼마든지 정치 현장에서 지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우리 정치가 아직 희망이 있음을,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아직도 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세상임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소명으로서 통일 한반도를 꿈꿉니다. 김구 선생님께서도 오로지 통일을 열망하셨듯이, 저 역시 통일이라는 목표를 위해 필요하다면 제 삶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또한 저는 어느 특정 계층이나 성별, 집단이 차별받거나 불합리함을 겪지 않도록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안에서 먼저 화해와 통합을 이뤄내야 평화가 가능하며, 그 평화를 기반으로 더욱 강하고 단단한 나라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갈등과 분열이 존재하는 상태로는 진정한 나라 발전과 전진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정치인의 눈에 국민이 가득하지 않으면, 국민의 눈에는 피눈물이 가득하다”는 고 노회찬 의원의 말을 늘 생각하려 합니다. 사람과 지역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정치, 한반도를 살리는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어떤 타협이나 굴복 없이, 기득권의 불합리함과 부조리에 맞서 끝까지 싸워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전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 사람들은 누군가의 삶을 성공과 실패로 평가하곤 합니다. 하지만 전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어요. 어느 누구도 여러분의 가치를 평가하도록 허락하지 말라고 말이죠. 여러분 한 명 한 명은 너무나 귀하고 눈부신 존재이기에, 신이 주신 무한대의 소중한 달란트를 가지고 태어났기에 감히 어느 누구도 여러분의 삶과 인생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평가에 휘둘려 여러분이 우울해지고 힘들어지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여러분의 인생은 여러분의 것이니까요.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지금은 마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잘 모르겠다면, 그냥 현재를 사세요.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습니다. 기회가 온다면 부딪히고 그 순간순간에 감사하며 충실하세요. 현재가 즐겁다면 즐거운 과거들로 채워지게 되고, 다가오는 미래 또한 기다려질 겁니다. 충실한 오늘은 내일의 또 다른 기회를 만들더라고요.
저는 여러분들 한 명 한 명의 아름답고 눈부신 미래가 보입니다. 여러분 스스로가 자신의 귀함과 가치를 알고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언젠가 “전수미 변호사님 말 듣고 저 열심히 살았더니 이렇게 되었어요”라고 소식 전해주었으면 해요. 아름다운 그대들의 예쁜 소식들,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 강태건 청소년 기자
취재후기
- 이번 인터뷰를 통해 탈북민 인권 문제와 공익제보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수미 변호사님이 개인적인 아픔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돕고, 남북한 청소년들이 겪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한 점도 깊은 공감을 주었다. 특히 "너희는 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니?"라는 말이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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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3-1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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