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씨앗장수 애국지사의 조국사랑 알리는 전령사'
'정읍최초 여의사' 최영임 회장, 부친 선양사업에 열정
정읍여고 총동창회 3대 7대회장을 역임한 최영임 회장(92)은 아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활기가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최 회장은 지난 1926년 6월10일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의 장례식을 앞두고 정읍에서 일어난 백기만세사건 주인공으로 식민지 조선청년의 애국심과 기개를 보여준 고 최태환 애국지사의 장녀다.최 회장은 "백기만세사건은 순종의 장례식 날에 일장기에 검은 리본을 달아 조의를 표하라는 조선총독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백로지를 사서 정읍 역전부터 집집마다 백기를 달아주고 일장기를 찢어버린 독립운동의 일환 이었다"고 설명했다.서울에 거주하는 최 회장은 부친인 영산 최태환 애국지사의 서훈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그녀는 59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마치고 젊은 시절 서울 명동에 병원을 개원한 정읍 최초 여의사이자 정읍여고 4회 졸업생이다.지난 4일 모교인 정읍여고 입학식에 참석해 후배들을 격려하고 춘영 장학회에서 선정한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격려했다.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정읍여고 동문들은 지금도 쉬지 않고 정치계 의료계 교육계 등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가치를 실현해나가고 있다"며 "우정과 청운에 희망의 나래를 펴서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격려했다.건강비결을 묻는 질문에 최 회장은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정신과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고 긍정적 사고와 신앙의 힘이다"고 말했다.이타심이 강한 최 회장은 여의도 순복음 교회 권사로 무의탁 노인들을 돕는 ‘엘림 복지재단’ 후원회장을 10년간 역임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는 NGO단체 ‘굿피플’의 여성분과위원장으로 20년 활동하며 아프리카 선교 등에 구슬땀을 흘려왔다.'씨앗장사'와 '기름장사'를 하셨던 부모님의 은혜를 잊지 못하는 최 회장은 자신이 살던 정읍 시기동 오막살이 초가집 집터에 현대식 건물을 지어 아버지 호를 따서 ‘영산의 집’이라 명명하고 현재 울림야학교에서 사용토록 배려했다.서울대 로고와 대한민국훈장 기초 도안을 한 고 최영기 작가(서울대 응용미술과졸)가 그녀의 오빠다.지난 2022년 고향 정읍 연지아트 홀에서 최 회장은 오빠의 유작전시회를 열었다.정읍여고 총동창회 정연화 회장(경기도 성남시의회 의원)은 "늘 후배들에게 신행합일의 정신으로 귀감이 되시는 선배님은 등불 같은 분이다"며 "후배들을 위해 쉼터는 물론 춘영 장학회를 통해 섬김과 나눔을 아끼지 않고 계신다"고 말했다한편 1933년 정읍 시기동에서 태어나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최 회장은 남은 여생을 '씨앗장수 애국지사'였던 아버님의 서훈과 백기사건의 발자취를 집대성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정읍=박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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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3-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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