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3월 09일 15시29분
[메아리]끝나지 않을 잡초와의 전쟁
농업에서 잡초는 제자리에 발생하지 않은 식물, 인간이 원하지 않거나 바라지 않는 식물, 인간과 경쟁하거나 인간의 활동을 방해하는 식물, 작물로서의 가치가 평가되지 않는 식물, 경작지나 생활지 주변에 자생하는 초본성(草本性) 식물 등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런 정의는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배추밭에 자라는 참깨, 수박 밭에 자라는 상추는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는 잡초로 여겨져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잡초는 인간이 농경생활을 하면서부터 큰 골칫거리가 되어 왔다. ‘농사는 잡초와의 전쟁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농경지에 자라는 다른 식물은 작물과의 경쟁으로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농경지 잡초에 의한 수량 감소는 벼 30.5%, 콩 50.2%, 옥수수 32.0%, 감자 30.0%, 양파 40.6%에 이른다. 논 잡초에 의해 벼 30%가 피해 받을 경우, 감소 수량은 127만톤으로 2조 5,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총 25만여 종의 식물 가운데 농업에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약 200여종으로, 전체 식물의 0.08%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농작물보다 생육이 왕성한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이들 200여 종에 의한 피해는 잡초에 의한 전체 피해의 90%에 이른다. 이들은 일반 농작물에 비해 여름철 고온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장이 가능해 작물 생산성을 저해하며, 다른 식물체가 자랄 수 없도록 방해하는 물질도 방출한다.
농경지에 발생한 잡초는 농작물과 한정된 양분을 두고 경쟁하면서 작물의 여러 가지 생육 부진 현상을 유발함으로써 작물 생산량과 품질을 감소시킨다. 논에 피가 많이 발생하면 완전미(完全米)는 줄어들고 미숙립(未熟粒)이 늘어나면서 균열미 비율도 증가한다. 또, 작물에 피해를 주는 병해충의 월동처, 서식처 역할을 해 병해충에 의한 2차 피해를 주기도 한다.
원산지가 다른 나라인 외래 잡초는 천적이 없는 상태에서 기후조건만 맞으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 되고 있다. 외래잡초의 황소개구리로 불리는 가시박은 북미 원산의 덩굴성 외래잡초로 1980년대 이전 유입 이후 최근 급속히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며 주로 습지, 강과 인접한 지역에 서식하며,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섬유작물로 도입된 어저귀나 약용작물로 도입된 자리공 등도 작믈로서 가치가 줄어들면서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농경과 함께 시작된 잡초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인간은 작물을 더 많이 수확하기 위해 목적 이외의 식물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일이 손으로 뽑아 방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논 농사의 주요 작업 중 하나인 김매기는 농경 생활을 고달프게 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우리 민족의 전통 중 하나인 ‘두레’는 우리 조상들이 공동으로 김매기 작업을 하기 위해 만든 협동조직이다.
잡초방제 역사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화학적으로 합성된 유기합성 제초제의 출현이었다. 19세기 후반부터 황산구리, 소금 등을 잡초 방제에 이용하기 시작하였고, 20세기 중반 이후, 화학합성기술로 만들어진 2,4-D 등 다양한 제초용 약제가 등장하였다. 화학합성 제초제의 등장으로 많은 노동력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잡초 방제가 가능해지면서 농업 생산성이 크게 증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 제초제에 저항성을 가지는 저항성 잡초의 발생 등이 문제가 되면서 생태계 균형을 고려하여 잡초를 완전 박멸하기보다는 일정 수준에서 공존하려는 종합적 방제와 친환경 방제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농경이 지속되는 한 잡초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지만 인류는 현명하게 환경과의 친화를 생각하면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국립농업과학원 식물병방제과 박진우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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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3-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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