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3월 06일 14시36분
[전북의 창]1605년 임진왜란 유공자 9,060명을 선무원종공신(宣武原從功臣)에 녹훈하다
고창군 공음면 일대는 조선시대 무장현에 속하는 지역이었고, 1895년 전라남도에 편재되었다가 1906년 전라북도로 이속되었고, 1914년 행정구역 개편하는 과정에서 흥덕군과 함께 고창군으로 합쳐져 오늘에 이른다. 무장현 지역은 조선시대 연해읍에 해당하는 곳이었으므로 전라도 해안 방어를 위해서 읍성을 조성한 여러 곳 중에 하나이다. 전라도 서해 연해의 읍성이 조성된 지역은 만경, 용안, 함열, 임피, 옥구, 고부, 흥덕, 고창, 영암, 영광, 무장, 무안, 순천, 흥양, 보성, 장흥, 해남, 진도, 강진 등이고, 읍성이 있는 전주, 부안, 나주, 남원, 순천 등지는 전라도 진관이 있었던 곳이다. 읍성의 형태가 온전히 남아있는 곳 중 하나가 무장읍성이다. 도암서원과는 약 8km 떨어진 곳이며, 법성포까지는 7.4km 떨어져 있으니, 조선시대 경제활동이 비교적 활발했던 곳이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도암서원의 봉안각에 모셔져 있는 선무원종공신녹권(宣武原從功臣錄券)은 현무재 김익철이 선무원종공신 2등에 책봉되어 발급된 것이다. 1605년에 임진왜란 시기에 공을 세운 9,060명을 책봉하였는데, 선조의 왕자와 서자 6명을 비롯하여 영의정으로부터 천민에 이르기까지 그 공로에 따라 1등, 2등, 3등에 책봉되었다. 녹훈된 사람 가운데 알만한 사람을 대충 찾아보니 현감(縣監) 채우령(蔡禹齡), 병사(兵使) 황진(黃進), 증좌찬성(贈左贊成) 김천일(金千鎰), 증판서(贈判書) 고경명(高敬命) 등의 이름이 보인다. 필자가 과문한 탓에 전라도내 여러 가문중에 선무원종공신녹권을 소장하고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하였다.
선무원종공신녹권의 특징으로, 본문의 수제(首題) 선무원종공신녹권(宣武原從功臣錄券)을 1행에 쓰고, 2행에 녹권의 수급자를 쓰는 방식이다. 때문에 세상에 남아 있는 모든 선무원종공신녹권은 ‘유일본(唯一本)’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소장처가 공개된 선무원종공신녹권은 대략 40종에 이르고 있으며, 이 중에서 각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더러 있다.
선조실록에 따르면 당시 녹훈된 사람이 9,060명이라고 한다. 녹훈된 모두에게 발급했다면, 1책에 소요되는 종이는 108장이니까 총 978,480장이 필요하고, 목활자로 조판하여 간행하였다고 하니 대규모 인력이 동원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녹훈된 공신 모두에게 지급되었을지 의문이다. 또한 9,060명이 녹훈되었다고 하는데 공신의 등급을 나누고, 관직과 이름을 띄어쓰기 없이 썼기 때문에 그 명단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신분이 낮은 계층의 사람들의 이름은 4자, 5자, 더러 6자인 경우도 있어서 이를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는지라 9,060명의 명단을 정리하는 것도 녹녹하지 않을 듯 하고, 녹권마다 수급자를 명시해서 인출(印出)하였기 때문에 혹시 명단에서 누락되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런 선무원종공신녹권 발급과 관련된 구체적인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내 여러 박물관에 수집되어 소장되어 있는 다른 녹권을 서로 비교하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선무원종공신녹권 전체를 촬영하여 제공하는 곳은 아직 없다. 이참에 녹권 보러 터덕터덕 발품 팔아야 할 듯하다.
/김철배(임실군청 문화유산팀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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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3-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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