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3월 06일 13시21분
동성애자 목사, 기독교 우파의 거짓 선동과 싸우다
지난달 28일 출간된 '당신 곁의 이방인, 퀴어 크리스천으로 살기(지은이 멜 화이트, 옮긴이 한명선, 펴낸 곳 학이시습)' 의 지은이의 고백이다. 목사이자 동성애자인 멜 화이트의 삶과 신앙, 성 정체성과 지향성 사이에서 겪은 갈등과 화해, 기독교 우파의 거짓 선동과 맞선 과정을 담아냈다. 미국 언론에서 ‘신앙과 성적 정체성이 하나로 통합되는 감동적 여정!’ ‘인간이 만든 불필요한 차별의 문을 허물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퀴어 크리스천으로 산다는 것은 과연 이 책의 원제처럼 ‘문 앞에 선 낯선 자(Stranger at the gate)’가 되는 것일까? 이 책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받아들이고 벽장에서 나오기까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멜은 자신을 죽음까지 몰고 가며 스스로를 ‘고치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한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가 자기 부정의 고통과 슬픔으로만 얼룩진 것은 아니다. 진실을 향해 걸음을 떼도록 그를 도운 것들, 진실한 삶에서 찾은 친밀함과 사랑의 기록 또한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25년간 그의 아내였던 라일라 화이트는 서문에서 “멜이 왜 커밍아웃을 결심했는지, 그리고 왜 오랜 친구이자 동료들에 맞서길 결심했는지 알게 된다면 당신은 깊이 감동할 것”이라며 “기독교 우파의 동성애 혐오에 맞서는 멜의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확신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녀는 멜과 자신이 수십 년의 시도 끝에 아무도 누군가의 성적 지향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멜이 동성애자인 것은 그의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만약 멜이 선택할 수 있었다면 그는 분명 결혼, 가족, 그의 목회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했다. 멜이 자신이 아는 거의 모든 동성애자와 자신을 포함한 이성애자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사랑, 존경, 헌신, 보살핌, 책임, 정직, 진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멜 화이트는 1940년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동성애를 죄라 말하는 교회 공동체에서 자랐다. 기독교계 대학에 입학해 신학을 공부했으며, 빌리 그레이엄 같은 복음주의 기독교계 ‘스타’ 목사들의 대필 작가로 일했다. 그런 그가 미국 기독교 우파 지도자들이 차별과 혐오를 이용해 돈과 권력과 지지자를 얻는 모습을 폭로하며 그것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갔는지 보여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침내 멜은 기독교 우파의 선동이 퀴어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심각한 위협임을 이해하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다른 공동체와 연대하며 침묵하는 중립자들이 용기를 내도록 도울 것을 제안한다.
목사이자 신학대학 교수, 영화 제작자로도 활동한 멜은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기 전까지 ‘복음주의’ 기독교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한 재능 있는 지도자 중 하나였다. 커밍아웃 이후에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헌신하였고 기독교 LGBTQI 단체 소울포스(Soulforce)를 창립해 기독교 우파의 거짓 선동에 맞섰다.
이 책은 미국에서 1994년 출간됐다. 하지만 30년이 넘는 시차에도 멜 화이트가 보여 주는 것들이 결코 낯설지 않다. 그가 경험한 차별과 혐오가 2025년 지금 우리나라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3.1절에 열린 한국 기독교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집회 모습을 보고 지은이는 과연 어떤 충고를 할까? 궁금하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03-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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