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복정권 - 2025년 03월 05일 14시43분
<포커스> 김도영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한시' 퇴임사 화제
別殿堂辭(별전당사)...직접 짓고, 붓으로 쓴 한시로 석별의 정 전해
지난달 28일 전주시의 문화단체 통폐합에 따라 2년 5개월여간의 직무를 마치고 퇴임하는 한국전통문화전당 김도영 원장이 퇴임사가 화제다.
대학강단에 섰던 교수이자 서예가인 김 원장이 직접 쓴 한시로 퇴임사를 대신한 것.
김 원장은 이날 10여 분 동안 임기 동안 자신을 보필해준 직원들에 대한 감사와 그간 추진해온 업무의 소회를 밝힌 뒤 직접 쓴 한시 한편을 화면에 띄웠다.
別殿堂辭(별전당사) 전당과 이별을 하면서.
殿堂庭染楓任長 전당정염풍임장
早開黑石谷紅梅促別 조개흑석곡홍매촉별
託務傳統文化産業化 탁무전통문화산업화
誠創二字定話頭 성창이자정화두
叫窮卽變變卽通 규궁즉변변즉통
唯期滿喜樂也 유기만희락야
矜明史刻獻身命 긍명사각헌신명
持初心而捺終止符兮 지초심이날종지부혜
惜逕上散花葉遺悔恨 석경상산화엽유회한
如麒麟峰泛月溫戀子 여기린봉범월온련자
何處爲逅日祈健幸 하처위후일기건행
乙巳仲春義齋金道瑩 을사중춘의재김도영
전당 뜰에 단풍들 제 원장으로 부임했었는데,
때 이르게 핀 흑석골 홍매가 이별을 재촉하네.
(시장님의) 전통문화의 산업화를 위해 힘쓰라는 당부에
성실과 창신 두 글자를 화두 삼아
“궁즉변, 변즉통”(『주역』, 궁하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통한다.)을 외쳤네.
임기 동안 오직 기쁘고 즐거운 일만 가득했겠느냐 마는,
(전주의) 밝은 역사를 새긴다는 긍지로 신명을 바쳤네.
처음 먹은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네.
아쉬움은 좁은 길 위에 흩어진 꽃잎처럼 회한으로 남으리니,
기린봉 위에 뜬 달처럼 따스하니 그리워질 그대여!!
어느 곳에 계시든지 해후할 그 날 위해 건강과 행복만을 비노라.
자신의 전공을 유감없이 발휘한 친필 서예와 한시로 대신한 퇴임사는 퇴임식에 참석한 내외인사와 직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날 퇴임한 김 원장은 재임 기간 전통문화 산업과 진흥을 위한 독자적인 법률인 ‘전통문화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
흑석골에 국비 190억 프로젝트인 K-한지마을 조성사업을 확보하고 외국 작가들을 위한 한지레지던스 공간을 조성하고 익산 왕궁 축사를 사들인 땅 3만 평 규모의 닥나무 재배지를 무상 확보, 신협중앙회의 후원을 받아 올해부터 10만 그루의 닥나무를 심도록 노력한 일도 김 원장의 업적이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 걸맞은 전주 음식 인문학 강좌를 열어 시리즈마다 전국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김 원장은 동양 미학을 전공한 문화재학 박사로 예원예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와 한국문화예술HRD연구소장을 지냈다. 전북을 비롯해 전남과 충북, 충남, 광주, 세종 등 6개 광역단체 문화재 위원을 지냈으며 호남미술사학회 회장과 한국서예학회 부회장도 역임했다.
등재 학술지 5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한 연구자이자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초대작가를 지낸 서예가다. 김 원장은 퇴임과 함께 다시 강단으로 돌아가 후학양성에 나선다. /복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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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3-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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