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 제15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안성덕 시인의 시집 '깜깜(펴낸 곳 걷는 사람)'이 제15회 김구용시문학상을 받는다.
심사위원 손현숙 시인은 작품 평가에서 "안성덕의 이번 시집 속 시들은 다양한 주제의식은 물론 시편마다 각각 다른 스타일을 구사하는 것으로, 문학적인 가치와 창의성을 충분하게 내포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며, 문학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김구용시문학상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독창적인 세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새로운 시에 대한 실험정신이 가득한 시인이 발간한 시집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시인 개인의 잠재적인 미래성 평가와 한국시단의 주역으로서의 가능성이 심사의 주요 기준이다.
삶을 통찰하는 여행자의 손에는 어떤 풍경이 쥐어져 있을까. 시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축음기판 소리골에서/옛이야기”('소년은 어디 갔나')가 시작되듯 어렴풋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이를테면 그곳엔 닮은 듯 다른 얼굴을 가진 손녀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화자가 있다. 숨바꼭질을 위해 “꼭꼭 숨어든 네 살배기” 손녀가 어둠이 무서워 울음을 터뜨리자 “어둠이 두려운 지니야/더 무서운 건 환한 세상이라는 걸”('깜깜')이라고 달래는 목소리엔 순환하는 세계를 노련하게 관찰하는 시인의 관록이 담겨 있는 듯하다.
시인의 사유는 삶 전반을 내포함으로써 다층적인 의미를 가지며, “평생 짐 졌던 자는 안다/빈 지게가 더 무겁다는 것”('포터 마하리')이라는 상징적인 깨달음으로의 도달이 가능해진다.
그런가 하면 안성덕의 시는 작고 따뜻한생명력에 담긴 생과 사의 비밀을 찬찬한 걸음으로 톺아본다. “시절도 사람도 나만 홀로 여기 두고 죄다/사라져 버렸다.”(시인의 말)라는 애틋한 시인의 고백은 “별이었다가 달이었다가 다시 티끌이 되어 버린/찰나 같은”('지나간 사람') 것들, 그러니까 지금 여기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곧 우리 삶의 총체를 구성한다는 낯선 깨달음으로 확장된다. 시인은 자연물이 가진 개별적 특성을 인식하며 각각의 고유성을 상기하는데, 가령 “가만 내려다보는 낮달”('낮달이 있는 풍경')이나 “하늘을 가르는 별똥별”('75분의 1초'), “오뉴월 대추꽃”이나 “장마 통 맹꽁이”('외딴집') 같은 것들이 그렇다. 가까운 곳에 있으나 쉽게 지나쳐 버리고야 마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그들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시인의 태도는 삶을 대해야 하는 우리의 마음가짐까지도 넌지시 일러 주는 듯하다.
그러니 개별적인 대상으로부터 시작된 사유를 모아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시의 소임이라고, 시인 안성덕은 말하는 듯하다. “생각도 말도 고면 골수록 쌉싸름하거든요 읽는 사람 맘에 좋고 뒷맛이 오래 남거든요 그게 바로 시예요”('맛있는 오독(誤讀)')라는 구절은 그의 작품관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우리의 모든 시절은 추억이 될 것이며 삶이라는 여행에도 마침표가 찍히겠지만, 이 세계에 결코 헛된 것은 없다는 것. 우리가 지나온 것들이 실은 우리 안에 천천히 쌓여 또 하나의 세계가 된다는 것을, 시인은 알고 있다. 그리하여 생의 면면을 부드럽게 훑는 아름다운 언어와 이미지는 유려한 한 편의 세계로 완성된다.
시인은 정읍에서 출생,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시집으로 '몸붓', '달달한 쓴맛', '깜깜'이 있고, 디카에세이 '손톱 끝 꽃달이 지기 전에'가 있다. 계간 '아라쇼츠'의 주간을 맡고 있다.
이 상은 문화예술소통연구소가 주최하고 계간 리토피아가 주관한다.
제15회 리토피아문학상은 정치산 시인과 제9회 아라작품상은 김동호 시인이 받는다.
시상식은 29일 오후 4시 문학동의 ‘소극장 돌체’에서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리토피아가 그동안 만들어온 창작시노래를 선보이는 식전 축하공연도 펼친다./이종근기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03-05 7면
http://sjbnews.com/842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