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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2월 26일 15시53분

[금요수필]뭐가 그리 바쁜가요

신팔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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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차가 도로 위를 달린다. 저마다 차선을 지켜가며 안전운전을 하고 있다. 거리에 나서면 항상 보아오던 요즘인데 ‘언제 이렇게 차들이 많아졌을까?’ 하고 새삼 생각에 빠진다. 소달구지가 다니던 비포장도로에 가끔 먼지를 일으키며 차가 지나가면 코를 막고 고개를 돌리던 지난 시절이 엊그제 같다. 가로수가 늘어선 신작로 길은 정겨운 풍경이었다. 여름철엔 미루나무에서 매미가 울었고, 더러는 까치집을 사철 매달고 있기도 했다. 도화지에 원근을 표시하며 어설프게 크레용 그림을 그렸던 시골 풍경이었다.

지금은 전국 어느 곳이나 도로가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다. 내 고향마을에도 포장된 작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차량이 한가로이 낮잠을 자기도 한다. 우리 국민 두 명 중 한 명이 차를 가지고 있어 자가용도 무척 많아졌다. 그것도 매년 차량 보유자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 주차장에도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늦은 저녁이면 주차할 데가 없어 이리저리 빈자리를 찾고 다녀야 한다. 주택가라면 골목길이나 주차장 할 것 없이 어느 곳이나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보니 종류도 많다. 마치 전시장 같은 느낌을 준다. 크기도 다르고 차종도 다양하다. 외국산이 무척 많아졌다. 퇴직하고 산 내 차에 비하면 값도 훨씬 비쌀뿐더러 디자인도 훌륭하다. 돈이 생기면 나도 사서 몰아보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국산품만 애용하고 있다. 인도를 걷다가 갑작스레 “빠∼앙, 빵” 하고 길게 내는 굉음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주위 사람들도 발길을 멈추고 급히 추월하는 차에 시선이 모였다. 검은색 외제 차였다. ‘그렇게 바쁘면 어제부터 갈 일이지.’ 하면서 줄행랑하는 꼴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사고 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빨라봤자 5분일 텐데, 뭐가 그리 바쁘다고…. 좀 여유 있게 운전하는 습관이 필요해 보였다.

차는 차주에 따라 움직이는 물건이다. 취하면 취한 대로 바쁘면 바쁜 대로 구를 뿐이다. 서로 양보하고 신호를 지키며 흐름에 따라 질서를 지켜야 사고가 없다. 바쁘다는 핑계와 내 차가 네 차보다 좋다는 과시욕으로 불을 켜고 덤벼드는 차량도 더러는 볼 수 있다. 왜들, 저들만 아는가 싶어진다. 사회가 점점 배려심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사고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운전 교육을 받을 곳이 없어서 학교 운동장에 라인을 그리고 연습하여 어렵게 면허를 취득했을 때의 기쁨은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초보운전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차가 있으니 서둘러 나서지 않고 시간에 꽉 맞춰 출근하는데 교차로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오는 차를 들이받았다. 보험으로 해결했지만, 크게 난 사고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다면 어떨 뻔했을까 싶다. 자기 생명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그래야 미래도 있고, 희망도 있고, 가족의 행복도 있다. 차는 말과 달라 주인의 생명을 지켜주질 못한다.

아침이면 나오는 운전사고 뉴스다. 차가 많아졌으니, 뉴스는 매일 나온다. 교차로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고속도로에서 몇 중 추돌, 눈길 미끄럼 사고, 좌회전 차량과 정면충돌, 급발진 등 사망사고도 잇따른다. 문명의 이기를 잘 이용하면 유용하지만, 잘 못 쓰면 흉기로 변하고 만다. 폐차장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끌려온 차들이 고철 더미로 쌓여있다. 아마 주인과 사별한 차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실수란 누구에게나 있다. 사고는 순식간이어서 예측할 수 없지만, 교통질서를 지켜서 운전하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속담에도 “바쁠수록 돌아가라.” 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운전할수록 우리의 삶은 더 즐거워질 것이다.





신팔복 수필가는



한국문협 회원, 전북문인 이사, 전북수필 이사

진안문협 회장 역임,행촌수필 부회장 역임, 영호남수필 부회장 역임 은빛수필 감사 역임

문학상 2회 수상

저서 수필집 '마이산 메아리', '내 생활의 좌표계'



지면 : 2025-02-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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