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강진군, 해남군 청자의 고유성과 특징
이들 3개 지역은 우리나라 전체 고려청자요지 중 90% 차지
고려시대 주요 청자 생산지역인 부안군, 강진군, 해남군은 지난 2020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고려청자 요지의 세계유산 등재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3개 지역은 450여기로 추정되고 있는 우리나라 전체 고려청자요지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고려청자의 대표적인 생산지이다.
부안고려청자
부안 고려청자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화려한 상감청자 문양에 있다. 하얀색과 검은색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흑백상감청자는 부안 고려청자의 정수이다. 문양은 단순히 모란이나 국화와 같은 꽃 모양을 반복해 새긴 것도 있지만 이야깃거리가 가능한 부안만의 독특한 정서가 드러난 문양이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크기가 50~100센티 되는 대형 매병이다. 이 고려 매병을 ‘대매병(大梅甁)’이라 부르는데 유천리에서만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리 안료를 사용한 동화청자가 명품이다. 부안 고려청자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이곳에서만 나오는 자기를 만드는 흙에 의해 나타나는 신비로운 비색(翡色)에 있다. 강진에 비해 철분이 더 함유돼 굽게 되면 회색이 짙게 나오고 여기에 비색 청자유약을 입히면 회색 바탕흙색깔이 유약 사이를 비춰 푸른 빛의 자기가 나온다. 유천리 상감청자 조각들에는 파초잎에서 쉬는 두꺼비, 왜가리가 노니는 물가풍경 등 자연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용·사자·연꽃 등을 형상화한 명품 청자들 외에도 오리나 연꽃 모양의 파편들이 전시된다. 고려청자 유물은 12세기부터 13세기에 이르는 고려청자 전성기 동안 부안 유천리에서 생산된 청자가 서해안 뱃길을 활용해 개성 만월대까지 납품됐다. 왕과 왕비가 쓰던 최상품의 청자가 부안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자토와 백토를 붓에 묻혀 그릇 주위에 그려 넣는 퇴화(堆花), 산화구리 물감을 써서 붉을 빛을 내는 동화(銅畵) 기법으로 장식한 국화무늬가 부안 청자의 특징이다. 그런 부안청자가 뒤늦게 알려진 까닭의 하나는 사적 제69호. 지정면적 80,810㎡인 부안군 보안면 유천리 일대에 있는 고려 중기의 도요지가 일제강점기부터 심한 도굴로 인하여 우수한 파편을 간직한 퇴적층은 거의 파괴 상태에 있었고, 그 밖의 지역도 거의 논밭으로 변해 보존상태가 극히 나빴기 때문이다. 다행히 군이 보안면 유천도요지 터에 2005년부터 200억 원을 들여 부안청자박물관을 짓고 20011년 개관한 이래 청자 전시와 알림에 나섬으로써 이제야 사람들이 부안청자의 진면목을 알게 됐다.
강진 고려청자
강진군은 현재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청자의 80%가 강진에서 제작됐다. 고려청자는 강진의 흙과 물과 불, 장인의 기술이 만나 빚어낸 창조와 상상력의 그릇으로 고려청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맑고 투명한 유리질의 유약과 무늬를 그리고 조각한 후 다른 색의 흙을 메워 넣은 상감기법을 들 수 있다.
강진군 대구면과 칠량면 일대는 9세기에서 14세기까지 고려청자를 제작했던 지역으로, 우리나라 청자의 변화 과정을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청자의 보고’다. 이러한 역사 자료의 중요성으로 1963년에 국가 사적 제68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지표 조사된 청자가마터는 모두 188개소이며,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청자가마터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해남 고려청자
해남군은 국내 최대 규모 초기청자 생산지로서 우리나라 자기 발생의 단서와 초기 청자의 기형 변화 등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유적으로 주목받아 왔다.사적 제310호로 지정된 ‘해남 진산리 청자요지’100여 기와 전라남도 기념물 제220호로 지정된 ‘해남 화원면 청자요지’ 80여기 등 모두 180여기의 요지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최근에는 추가 발굴조사를 통해 해남 청자가 독자적인 청자 문화를 꽃피웠던 것으로 나타나 초기 청자의 구조와 계통에 관한 관심이 더해지고 있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02-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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