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1월 02일 14시06분
[전북의 창]병자호란 이후 전라도의 위상과 관방체제의 변화
1644년(인조 22) 청나라가 북경을 함락하였으나 1673년 오삼계(吳三桂)를 비롯한 명나라 장수들이 부흥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유동적 상황 속에서 청 중심의 질서를 수용할 수 없었던 조선은 인조로부터 효종, 현종, 숙종에 이르기까지 약 4대에 걸쳐서 국방체제를 점진적으로 정비하였고, 그에 따라 전라도 관방체제도 변화하였다. 필자가 지면을 통해서 몇 차례에 걸쳐 언급하였던 격포행궁, 위도진관, 위봉산성 등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유사시 권토중래(捲土重來)할 최후의 거점으로서 전라도의 위상의 변화에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병자호란 이후 본격적으로 전라도에 국난을 대비한 시설이 정비되었다. 병자호란이 끝난 지 얼마되지 않은 1640년(인조 18)에 격포에 행궁이 조성되었다. ‘명청전쟁’이 진행 중인 1637년 2월, 청의 인질로 잡혀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귀국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한산성과 강화도의 행궁에 더하여 전라도 지역에 행궁을 조성하였던 것이다.
격포행궁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격포행궁을 보호하기 위한 격포진을 설치하고, 곧바로 무주 적상산성을 수리하도록 하였다. 1675년(숙종 1)에는 완주군 소양에 있는 위봉산성을 축성하였고, 1682년(숙종 8)에는 부안군 연해에 있는 위도에 수군진 위도진관을 설치하여 종3품 첨절제사(僉節制使)를 파견하고 8개 진보(鎭堡)를 관할하게 하였다. 이는 격포를 중심으로 한 부안과 그 배후지로서 전라감영이 있는 전주까지 방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것이다. 물론 전라감영으로부터 약 170리 내외에 있는 입암산성, 금성산성은 여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관방시설의 설치는 1654년(효종 5) 전라도를 포함한 삼남지역에 우선적으로 전임(專任) 영장제(營將制)를 실시하여 뒷받침되었고, 관방체제의 근간이 되는 진관체제(鎭管體制)의 치폐(置廢), 각 진관별 속현의 변화가 뒤따랐다.
세조 3년(1457)에 시작된 진관체제는 각 도에 주진(主鎭)을 두고 주진 관할 아래에 몇 개의 거진(巨鎭)을 두고, 거진 관할에 여러 진(鎭)을 두어서 각 도의 병마절도사(兵馬節度使), 첨절제사(僉節制使), 절제도위(節制都尉), 별장(別將)이나 만호(萬戶)를 두어 그 지휘체계를 일원화한 것이다. 전라도의 경우, 전라관찰사가 병마절도사와 수군절도사를 겸하였고, 강진현에 병영(兵營)을 별도로 두어 병마절도사 1명을 두었다. 거진으로는 전주진, 나주진, 부안진, 순천진, 장흥진, 광주진, 제주진까지 7개를 설치하고 57개 군현을 나누어 배치하였다. 각각의 군현은 군사적인 측면에서 각 거진이 관할하는 군현이었다.
군사적인 측면의 지휘체계는 수군(水軍)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여수와 해남에 각각 전라좌수영과 전라우수영을 설치하였고, 그 아래로 사도진관, 임치진관, 위도진관, 가리포진관, 고군산진관 등등을 두어 해상 방어 체제를 갖춘 것이다. 이러한 진관체제는 조선 전기에는 제승방략(制勝方略) 체제, 조선 후기에는 영장제(營將制)에 의해서 운용되었지만 대체로 조선 말기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이처럼 1640년 격포행궁 및 격포진이 설치된 이후, 1654년 영장제 실시, 무주 적상산성의 독진(獨鎭)화와 1675년부터 1681년까지 위봉산성 수축, 1682년 부안현 연해에 첨사진으로서 위도진관(蝟島鎭管) 설치, 1692년 검영(檢營) 격포진(格浦鎭)의 첨사진 승격 등 전라도 내륙과 연해의 방어체계에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같은 시기 부안진관이 혁파되고 부안진관 관할의 8개 읍, 즉 부안, 임피, 옥구, 만경, 김제, 고부, 정읍, 흥덕현이 모두 전주진관으로 이속되는 등 진관체제내 관할 속읍의 변화가 엿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병자호란 이후 국가의 최후 보루로서 전라도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철배(임실군청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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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1-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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