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1월 25일 08시26분
봉황산이 있어 봉암서원(鳳巖書院)으로 이름했다
[봉암서원 사액의 의미를 밝혀보니] '바른 지도자들을 키우는 요람이 되라'는 의미
子曰, 鳳鳥不至 河不出圖 吾已矣夫
자왈 봉조부지 하불출도 오이의부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봉황새도 날아오지 않고, 황하에서 용마의 그림도 나오지 않으니 나는 이제 그만이로구나!’라고 했다.(논어 '자한'편)
군산의 서원
전라북도에는 60여개의 서원이 있다. 군산 지역에는 염의서원(廉義書院), 산앙서원(山仰書院), 옥산서원(玉山書院), 문창서원(文昌書院), 치동서원(淄東書院) 등 5개의 서원과 터만 남은 봉암서원지(鳳岩書院址)가 있다.
조선시대 세워진 서원으로는 봉암서원과 염의서원이 있다. 봉암서원은 군산 지역에 가장 일찍 설립된 서원이다. 봉암 서원은 1600년 임피현령 정시창을 중심으로 창건됐고, 1604년(선조 37)에 신독재(愼獨齋) 김집(金集)을, 1606년에 자암 김구를 배향했다. 1635년에 사액을 받았으나 1868년 서원철폐령에 의해 훼철됐고 현재 터만 남아 있다. 1685년에 세워진 염의서원은 1804년(순조 4)에 사액되었지만, 이 역시 고종 대 서원 철폐령이 내려질 때 폐쇄됐다. 이후 염의서원은 1920년에 다시 설치됐다. 염의 서원은 군산시 유형 문화재 제5호로 지정됐다.
대한제국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처음 건립된 서원으로는 산앙서원과 옥산서원을 들 수 있다. 산앙서원의 모태는 1876년에 세워진 낙영당(樂英堂)이다. 우암 송시열(宋時烈)의 9대손 송병선은 1900년을 전후로 낙영당에 은거하며 후진을 양성하였는데, 1905년 을사늑약이 강제 체결되자 그 철폐를 주장하다 순국했다. 산앙서원은 순국한 송병선을 기리기 위해 1908년(순종 2)에 건립됐고, 1922년 재차 건립됐다. 현재 낙영당은 명도사(明道寺)라는 사찰로 사용되고 있다. 옥산서원은 일제 강점기인 1929년에 처음 건립됐다. 문창후 최치원(崔致遠)과 옥구 일대의 선현 14명을 배향했다. 군산시 유형 문화재 제3호로 지정됐다.
현대에 들어 건립된 서원으로는 치동서원과 문창서원이 있다. 치동서원은 1926년 세워진 치동원(淄東院)을 모태로 하고 있다. 문창서원은 1969년 고주장 등의 발의로 건립됐다. 옥구 자천대(紫泉臺) 일대에서 소요했다는 최치원(崔致遠)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최치원이 옥구에서 태어나 옥구 관리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하며, 서원의 편액은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썼다.
봉암서원, 1695년 봉암으로 사액
군산시 임피면 미원리에 있었던 서원이다. 조선시대에 건립하였으나 훼철된 서원으로 현재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서원 마을이라는 마을 이름이 이 서원에서 유래한다. 봉암서원은 1664년 임피 현령 정시창을 중심으로 조산두, 고만구, 고만오, 장후준 등이 창건했다. 1664년 김집을 배향했고, 1666년 김구를 함께 배향했다. 1695년(숙종 21)에 ‘봉암’이라고 사액을 받았으나, 1868년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훼철됐다. 봉암서원은 서원 마을에 있었던 것으로 전하나 현재는 그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마을 이름에서 봉암서원과의 밀접한 관련성이 나타나 있다. 군산 지역에서 건립된 서원 중 가장 오래된 서원으로 이 지역 사림과 유학의 오랜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암(巖)'자가 들어가는 한국 대표 사액 서원
붓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필암서원'
일본군에 저항한 전라도 사림의 의병활동 중심지였던 장성 필암서원은 정유재란 때 불타서 1624년 황룡면 증산동에 다시 세웠다. 1659년 지역 유생들이 사액을 바라는 상소를 올리자, 효종이 ‘필암서원’이라고 직접 쓴 현판을 내려 사액서원이 됐다. 이름을 ‘필암(筆巖)’이라 지은 것은 그의 고향마을 앞에 ‘붓처럼 생긴 바위’가 있기 때문이라 한다. 1672년에 현재의 자리에 다시 옮겨지었다. 물론 대선비들의 탄생을 바란다는 의미가 있다.
큰 바위가 있어 '돈암서원'
논산 돈암서원은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 1548~1631)이 타계한지 3년 후인 1634년 충청도 연산현(連山縣)의 임리(林里)에 창건됐다.[249 번지] 창건시 김장생을 주향으로 모셨고 1658년 신독재 김집(金集)을 추배했다. 이어 1688년에 동춘당 송준길( 宋浚吉), 1695년에는 우암 송시열(宋時烈)을 각각 추배했다. 처음에는 김장생 문인들이 스승을 추모하여 사우를 건립한 뒤 위패를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오다 사당 앞에 강당을 건립하면서 서원의 단초를 이루었다. 원래는 현재 위치에 보다 서북쪽으로 1.5km 떨어진 하임리 숲말로 연산천 가까운 저지대였는데 1880년 홍수를 피해 현 위치로 이전하였다. 1660년 ‘돈암서원’이라는 현판을 내려주어 사액서원(賜額書院)으로 지역의 공론과 학문을 주도했다. 서원이 처음 입지 한 숲말 산기슭의 큰 바위를 돈암이라고 불렀는데, 이 바위의 이름을 따서 사액을 받았다고 알려져있다. 큰 바위같은 선비가 되라는 의미다.
1871년의 전국적 서원 훼철령에서도 철폐되지 않고 보존되었지만 1881년에 이르러 숲말의 지대가 낮아 홍수 때마다 서원 뜰 앞까지 물이 차므로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돈암’의 돈은 원래 ‘둔(遯)’자로 주역의 둔괘(遯卦)의 의미와 관련이 깊으며 주자가 만년에 사용한 둔옹(遯翁)이라는 호를 가탁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봉황산이 있어 봉암서원
임피들은 군산시 임피면 중앙을 흐르는 고척천 주변에 형성된 침식 평야다. 임피면의 중앙을 흐르는 고척천에 의해 형성된 침식 평야 지역이다. 임피들은 여러 개의 작은 들이 모여 있다. 북쪽으로부터 임피면 읍내리의 수반들, 미원리의 미산들, 성산면 산곡리의 수림들, 임피면 보석리의 석곡들, 대야면 산월리의 왕산들로 구성된다. 동쪽의 남산(155m), 봉황산(97m)의 구릉 지역과 서쪽의 고봉산(152m), 대초산(104m) 산지의 중간에 위치한다. 바로 이 봉황산 때문에 사액이 됐다.
봉암서원, 바른 지도자들을 키우는 요람이 되라는 의미
'봉조부지(鳳鳥不至)'는 올바른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음을 한탄하는 말이다. '자왈 봉황부지하며 하불출도하니 오이의부인저(子曰 鳳鳥不至 河不出圖 吾已矣夫('논어 자한 제8장)' 공자가 “봉황은 날아오지 않고 황하에서는 도판(圖版)이 나오지 않으니 아! 나는 이제 절망이로다”고 했다. 공자가 철환주유를 했지만 도가 펴지지 않아 탄식하시는 말씀이다. 세상에 성인이 나오면 봉황새가 나오고, 복희씨 때 하수에서 용마가 나왔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니, 아마도 스스로의 역량이 매우 부족한가보다 하면서 자책 겸 세상을 탄식하시는 말이다. 공자 같은 대성현도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이 곳 저 곳 방랑 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말이다.
‘봉조부지(鳳鳥不至), 하불출도(河不出圖), 오이의부(吾已矣夫) 의역하면 순 임금 때에는 봉황이 날아와 춤을 추었고, 주 문왕 때에는 영조가 와서 울었고, 복희씨 때에는 용마가 주역의 바탕이 되는 하도(河圖)를 지고 나왔는데 오늘날에는 그런 징조가 없다는 뜻이다. 봉황이나 용마의 하도는 일의 발생에 앞선 조짐을 뜻한다. 이는 옛날 천자 등이 세상에 났을 때에는 반드시 길조가 있었다는 것으로 공자가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는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사회를 이루는데 있어 숙명적인 역사의 순환이다. 봉황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공자와 봉황의 이야기를 더 해보자. 공자가 이상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14년간 자의반 타의반으로 노(魯)나라를 떠나 주유천하를 할 때 초(楚)에서. 접여(接與)라는 광인이 노래하며 공자의 곁을 지나갔다.
“봉아. 봉아! 고귀한 새인 봉(鳳)과도 같은 당신이 왜 이다지도 타락했느냐. 지난 일을 탓한들 무엇하랴만 이제부터라도 제 길을 찾게나. 그만두게! 그만두게! 이와 같은 세상에 정치를 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일세!” 공자는 차에서 내려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으나 뛰어 피했기 때문에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楚狂接與歌而過孔子. 曰.鳳兮鳳兮. 何德之衰也. 往者不可諫也. 來者猶可道也.已而! 已而! 今之從政者殆而. 孔子下欲與之言. 趨而辟之. 不得與之言.(논어 '미자편')'/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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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1-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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