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24일 15시36분
[월요아침]현대 사회에서의 孝 : 전통의 가치에서 새로운 길로
실제로 전통적 개념의 ‘효’와 우리의 ‘효’문화는 분명히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전통적 사회 구조를 세워온 문화임과 동시에 가치체계이다. 산업화 이전 농경사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우리 사회에서 ‘효’는 수직적 관계의 수립을 위해 지배와 복종의 명분을 제공해주고, 이를 통해 가족관계와 신분제도를 공고히 유지·존속할 수 있도록 작용하는 기본 규범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화를 넘어 모든 영역이 디지털화 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효’는 더 이상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치체계로 작동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였다. 현대인들에게 ‘효’는 구시대적 유물일 뿐이며, 여전히 과거만을 뒤돌아보고 있는 기성세대들이 자신의 경험만을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의 산물로 격하되고 있는 현실이다. ‘효’의 가치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식 변화는 일반적으로 핵가족화, 개인주의의 확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 가족 구조 및 가족에 대한 가치의 변화와 일맥상통하며, 동시에 노쇠한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과도 연결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효’에 대한 현대인들의 부정적 인식은 ‘효’의 근본과 진의를 오해하고 있는데서 기인한다고 바라본다. 물론 그 오해 역시 ‘효’의 근본을 잊은 채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해 유리하게 해석해온 우리 모두의 책임일 수 있지만 말이다. 현대인들이 ‘효’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효’를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에만 입각하여 일방적으로 부모와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강요에서 출발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쩌면 잘못된 ‘효’정신의 발로는 지금 우리 사회의 가족공동체성을 무너뜨린 진범일 수 있다. 하지만 ‘효’의 진가는 그 가치가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되찾아야 발휘된다. 대표적으로 ‘효’의 정신을 표현한 ‘상경하애(上敬下愛)’와 ‘부자자효(父慈子孝)’가 그것이다. ‘상경하애’, 말 그대로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자’는 뜻이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듯이 ‘효’는 서로의 관계를 일방향적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마치 수미상관과 같이 위로의 공경과 아래로의 사랑의 정확히 상응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부자자효’역시 다르지 않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를 행하여야 한다’는 의미는 부모자식간의 공경과 사랑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간 이루어져야 함을 말한다. 이렇듯 우리의 ‘효’는 본래 일방향성이 아닌 쌍방향성이며, 수직적 관계가 아닌 상호 수평적 관계임을 공공히 밝히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전반적 가족 관계에서 상호 존중과 배려의 정신을 강조하는‘효’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오히려 ‘효’는 가족 간의 신뢰와 애정을 유지하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수단으로서 새로운, 어쩌면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진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효’의 진짜 가치와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물질적 지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상호 간 소통과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강조한다면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효’의 실천 모델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 차원에서도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는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함도 자명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역시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 「孝」를 강조하는 것이 사치라고 생각할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동방예의지국을 떠나 비교적 공경과 나눔정신이 생활 속에 녹아든 한국사회에서 “孝의 가치함양”을 통한 사랑을 실천하는 건강한 가정과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는 미래과제라고 힘주어 말한다.
/김윤철(전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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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1-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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