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24일 14시10분
[온누리]어머니와 온천 여행
찬 바람이 불면 따뜻한 것부터 찾는다. 옷부터, 음식, 잠자리 등에 온기가 있어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그래서 없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혹독하다. 냉방 없는 무더위는 힘들지만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한파는 건강이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추위를 녹이는데 따뜻한 목욕만큼 좋은 것은 없다. 굳었던 몸이 풀리면서 피로까지 녹여내는 느낌이 든다. 수증기가 가득한 탕 안은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다. 쾌적한 온욕은 건강을 넘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에 찬 바람이 불면 보이지 않았던 사우나 굴뚝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주 어머니를 모시고 일본 구마모토와 벳부 지역을 다녀왔다. 이 지역을 선택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올해 89세의 노구(老軀)에 장거리 비행이 어렵다는 판단이었고, 둘째는 건강을 위해 양질의 온천욕으로 건강을 챙겨드리고 싶었다.
일본은 곳곳에 온천이 있다. 높은 지열로 데워진 온천은 주로 화산대를 따라 분포하는데, 환태평양 지진대가 지나는 일본이 대표적 온천의 나라이다. 석유나 전기 등 에너지를 써서 물을 데우는 데 비해 엄청나게 경제적이고 편리하다. 지진의 위험은 있지만, 이런 자원의 무한 분출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온천은 있다. 우리의 온천 기준은 지하수 온도가 25℃ 이상이면 된다. 그러다 보니 무더운 여름에 온천 검사를 신청하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그리고 대부분 데워 쓴다. 물만 따뜻하다고 온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하의 여러 광물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보통 지하에 있는 뜨거운 물을 뿜어 온천을 즐기지만, 지표로 끓어오르는 곳도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지옥(地獄)이라고 한다. 진흙과 물이 끓어 사람이 들어가면 죽기 때문이다. 분출되는 물의 온도가 100℃ 이상이라서 그 물에 계란을 삶거나, 음식을 조리해 팔기도 한다.
2016년 지진으로 일본이 자랑하는 구마모토성이 파괴됐다. 일부 복원은 했으나 완전복원까지 얼마나 걸리 지 모른다. 그 지진의 진앙지가 이번에 방문한 아소 화산 바로 옆이라고 한다. 아소는 지금도 타는 활화산이다. 9만년 전 폭발해 큐슈 전체를 덮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아소는 ‘불의 나라’라고 하는 구마모토의 상징이다. 지진과 온천은 재앙과 축복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구마모토성을 축조한 이는 가토 기요마사(加藤 清正)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으로 임진왜란 때 총수가 돼 조선을 침공했다. 사상(事狀)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복합적이다. 그래서 일본을 우리는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겨울의 초입 어머니와 형제자매가 함께한 구모마토와 오이타, 벳부 여행은 복잡한 한일 관계를 떠나 일본의 자연의 주는 특혜를 누린 행복한 여정이었다. 우리가 의도했던 온천보다 타카사키야마의 원숭이들이 눈에 삼삼하시다는 어머니의 심정이 동심인 것만 같아 혼자 웃어보는 아침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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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1-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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