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17일 14시32분
[메아리]디지털 쉼표, 국가적으로 논의해야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휴대전화가 사용된 것은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100%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스마트폰 사용자가 95%를 차지해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대부분 구성원은 학교 내에서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에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과연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이 교육적인지,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전영령대의 학생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학교에서의 휴대전화의 사용은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되면서 학생에게는 거의 중독과 같이 게임을 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過言)이 아니다.
한동안 학생의 휴대전화 일괄수거가 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자유로웠다. 휴대전화 사용은 교육적인 측면과 별개로 방치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최근 국가인권위원에서는 교내 휴대전화 일괄수거는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이전에 교내 휴대전화 제한 행위 중단을 권고(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2023년 11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근거(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2023년 8월)를 마련했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은 너무 자유롭다.
최근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에 관한 아주 주목할만한 보도를 접했다. 프랑스에서 디지털 쉼표(Digital pause) 정책으로 올 9월 신학기에 중학교 약 200곳에서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범실시 하고 내년 9월 신학기에는 전면적으로 실시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를 설치하고 그들의 권고에 따른 정책이다. 프랑스에서도 디지털기기로 인한 청소년의 수면 부족, 신체활동 부족, 과체중과 비만, 시각손상 등 부적정인 영향을 강조하여 학생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는 나이별로 단계를 나뉘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3세 미만은 TV를 포함한 영상 시청을 전면 금지하고 3~6세는 교육콘텐츠를 성인이 동반하여 시청하도록 제안했다. 11세 이전은 휴대전화 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11~13세는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휴대전화를 사용하도록 했다. 15세 이후는 인터넷은 가능하지만 소셜 미디어 접속이 안 되는 휴대전화 사용을 제안했다. 이처럼 프랑스에서는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이 국가적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으며 국가가 학생의 건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전면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국가인데 이러한 정책은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프랑스를 비롯하여 네덜란드, 이탈리아, 영국, 뉴질랜드 등 수많은 나라에서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논의되거나 실행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은 학교는 이미 소위 ‘디지털 쉼표’를 실시하고 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휴대전화에 얽매이지 않고 생활한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교정을 산책하고,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학생을 자주 볼 수 있다. 급식시간에 휴대전화가 없으니 정담을 나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의 생활이 밝고 만날 때마다 웃으면서 인사를 나눈다. 학습하는데 집중력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생도 학교 내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이 임계점에 다다랐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인데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이 방치된다면,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이것이 국가의 위기 상황이 아니겠는가? 학교 내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국가적 숙의(熟議)가 필요한 시점이다.
* 디지털 쉼표: 학교 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물리적으로 금지하는 정책. 등교할 때 스마트폰을 수거하고 하교할 때 되돌려주는 방식.
/이상훈(한국 한방고등학교 교장·진안문화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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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1-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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