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14일 15시02분
[온누리]인향만리 ‘세기의 로맨스’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오늘은 만리를 가고도 남을 인향이 넘친 공연을 소개한다.
11일 정읍사예술회관에서 펼쳐진 정읍시립국악단(단장 김용호)의 기획공연 필름콘서트 ‘세기의 로맨스’가 그 주인공이다. 공연제목부터 로맨틱한 향이 난다.
이번 공연은 겨울연가, 올드보이, 실미도, 건축학개론의 영화 음악을 작곡하여 OST의 열풍을 일으킨 이지수 교수가 직접 해설을 맡았으며 국악단의 국악연주와 함께 정읍챔버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참여해 국악과 서양악의 협연으로 늦가을 인향의 묵직함을 느끼게 했다.
연출 및 필름제작 디자인은 국립극장 ‘여우락 영화관’ 외 다수 공연 연출을 맡고 영상 예술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 중인 김형석 영화감독이 맡았고 지휘로는 김용호 국악단장이 맡았다.
김용호 단장은 “국악선율로 만나보는 세기의 로맨스로 시대를 대표하는 로맨스 영화와 정읍 시립국악단이 만나 로맨틱 무드가 가득한 국악선율로 맨발의 청춘, 건축학개론을 재해석해 국악과 서양악의 협연으로 OST를 연주한다”며 “남녀노소 모두가 흥미롭게 다가설 수 있는 사랑의 명장면과 함께 국악이 친근함과 새로움을 느끼게 한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1부에서는 1964년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맨발의 청춘’이 소개되었다.
외교관의 딸(엄앵란 분)과 건달(신성일 분)의 비극적 사랑이 심금을 울리는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는 사랑이야기는 세월이 흘러도 흥미롭다. 이들의 대비되는 장례식 모습은 당시 시대상을 내포했다는 평을 받으며 영화 흥행사를 다시 쓰기도 했다.
영화의 배경은 한국전쟁의 참상이 끝난 후 갈 곳을 잃은 청춘의 반항, 꿈과 고민, 성장, 사랑을 그린 청춘영화 붐을 일으킨 수작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일본에서 영화를 복사해 왔다고 할 만큼 일본영화 ‘진흙 투성이의 청춘’의 복사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영화 내내 들려오는 ‘고향의 봄’과 최희준이 부른 ‘ 맨발의 청춘’ 노래는 애잔하면서도 이루지 못하는 두 남녀의 가슴 아픈 정서를 대변한다.
2부는 2012년 개봉한 로맨스 영화의 대표작인 건축학개론의 OST가 연주되는데 이용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2012년 33회 청룡영화상(신인남우상, 인기스타상), 3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음악상), 48회 백상예술대상(영화 여자 신인연기상) 등을 차지했다.
이 영화로 아이돌 가수였던 수지는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어낸 바 있다.
익어가는 가을. 누군가에게 첫사랑이었을 관객에게 ‘세기의 로맨스’라는 선물을 가져다 줬다.
오승옥(마을활동가·관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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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1-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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