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12일 14시23분
[이승연교수의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이야기]천연기념물이 된 노송들
“수백년 동안 우리 지역을 지켜온 문화유산 노송들에서 우리 민족의 생명력을 보다.”
장수 장수리 의암송은 1570년경 최경회 장군이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청사 뒤 옹달샘의 물이 청결하고 시원하여 옹달샘 주변을 정비하기 위해 심었다고 전해진다. 의암송이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때 의암 논개가 심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도 전하지만, 이것은 지역 주민들이 예전의 장수 관아 뜰에서 자라는 이 나무에 논개의 절개를 추모하는 뜻을 붙여놓은 이름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의암송의 앞쪽으로 남산이 바라보이고 가까운 곳에 논개의 영정이 있는 의암사와 그 아래에는 의암호가 있으니 테마의 연속성이 가능하다. 의암송은 나이가 약 400살 정도로 추정되는데, 높이 9m, 가슴높이의 둘레 3.22m의 크기로, 줄기는 한 줄기이며, 땅으로부터 1m부분에서 줄기가 시계방향으로 뒤틀어져 나선형을 이루고 있어 용이 몸을 비틀고 있는 모양과 비슷하다. 나무 윗부분은 줄기가 여러 개로 갈라져 우산 모양을 하고 있어 매우 아름답다.
지리산 천년송은 남원시 산내면 와운마을에 있는 소나무로, 임진왜란 전부터 자생해 왔다고 알려져 있으며, 20m의 간격을 두고 한아시(할아버지)송과 할매(할머니)송이 이웃하고 있는데, 이중 더 크고 오래된 할매송을 마을주민들은 ‘천년송’이라 불러오며 당산제를 지내왔다 한다. 매년 초사흗날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당산제를 지냈으며, 나이가 약 500여살로 추정된다. 높이 20m, 가슴높이의 둘레는 4.3m이며, 사방으로 뻗은 가지의 폭은 18m에 달한다. 우산을 펼쳐 놓은 듯한 반송으로 수형이 아름다우며 애틋한 전설을 가진 유서깊은 노거목으로 희귀성과 민속적 가치가 크다.
무주 삼공리 반송은 옛날 이 마을에 살던 이주식(李周植)이라는 사람이 약 150년 전에 다른 곳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 심었다고 전해지며, 구천동을 상징하는 나무라는 뜻에서 구천송(九千松), 가지가 아주 많은 나무라 하여 만지송(萬枝松)이라고도 한다. 밑동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져서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없고, 전체적으로 가지가 부챗살처럼 사방으로 갈라져 반송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 반송의 나이는 약 350여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14m, 뿌리 근처의 둘레는 6.55m이다.
고창 선운사 도솔암 장사송은 고창 선운사에서 도솔암을 올라가는 길가에 있는 진흥굴 바로 앞에서 자라고 있어서 ‘진흥송’이라고도 한다. 장사송은 이 지역의 옛 이름이 장사현이었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며, 진흥송은 옛날 진흥왕이 수도했다는 진흥굴 앞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무의 나이는 약 600여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23m, 가슴높이의 둘레는 3.07m이다. 높이 3m 정도에서 줄기가 크게 세 가지로 갈라져 있고, 그 위에서 다시 여러 갈래로 갈라져 부챗살처럼 퍼져 있다.
전주 삼천동 곰솔은 잎이 소나무 잎보다 억세기 때문에 곰솔이라고 부르며, 바닷가를 따라 자라기 때문에 해송으로도 부르기도 하고, 또 줄기 껍질의 색이 소나무보다 검다고 해서 흑송이라고도 한다. 보통 소나무의 겨울눈은 붉은 색인데 반해 곰솔은 회백색인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전주 삼천동 곰솔은 내륙지에서 자라는 것으로 매우 희귀하며 나이는 약 250살 정도로 추정된다. 높이 14m, 가슴높이의 둘레 3.92m의 크기로 아래에서 보면 하나의 줄기가 위로 올라가다 높이 2m 정도부터 수평으로 가지가 펼쳐져 마치 한 마리의 학이 땅을 차고 날아가려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외에 우리 지역의 문화자산인 완주군 우산정사를 잘 지키고 있는 400여년의 역사와 사연이 담긴 용솔과 삼정승 소나무에서도 노송이 생명이고 인간 삶을 지탱하는 거대한 문화였음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수백 년을 살아가는 노송을 바라보며 때로는 장수를 생각하고, 때로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오른 웅장한 자태에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얻었다.
단풍이 아름답게 깊어가는 가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송 아래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랜 풍파의 흔적인 굽어진 줄기와 기둥을 보며 고졸함에서 원초적인 힘을 얻고, 잠시 일상의 멈춤으로 새로운 용기를 얻어 가보기를 권유 드린다.
/이승연(철학박사,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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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1-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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