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1월 12일 14시13분
타인과 자아를 재발견하는 순간을 담아내다
작가의 내면 탐구를 중심으로 시작된 ‘SUPERHAPPY 프로젝트’는 2018년의 ‘Immersion(몰입)’부터 2023년의 ‘The void between(사이의 공간)’까지 총 6개의 시리즈를 거쳐 발전해왔다. 기존에는 나와 나, 혹은 나와 너 사이의 작은 ‘밀실’을 소재로 다뤘다면, 이번 전시는 보다 넓은 ‘광장’을 향한 시선의 확장과 의미의 전환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 ‘광장’은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Agora)와 같은 정치적 토론의 장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현대의 카페, 공원, 소셜 미디어처럼 개별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지니는 장소로 해석된다. 광장은 열린 공간이지만, 그 속에서 각자는 고유의 디지털화된 공간을 지니고 존재하며, 일종의 ‘백색의 침묵(White Noise)’처럼 서로의 소음 속에서 묵묵히 존재한다. 바로 이같은 현대의 광장은 대중의 개별적 밀실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광장이 되는 역설적인 공간이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과거의 개인적 주체였던 ‘나’의 시선을 외부, 즉 대중이라는 광장으로 확장한다. 이는 나를 중심으로 그려진 울타리 안의 원에서 벗어나, 광장을 중심으로 보다 큰 원을 그리는 과정이다. 광장 속의 작가는 관찰자이자 객체로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거리와 관계를 탐구하며, 그 속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한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경험이 켜켜이 쌓인 ‘정체성화 된 안경(Identity Glass)’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동일한 대상을 마주하더라도 경험에 따라 각자의 시선, 해석, 기억은 다르게 축적된다. 작가는 이러한 ‘정체성 안경’이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하며, 한국적인 요소와 기억의 상징들이 이 안경을 통해 불쑥 나타나는 장면을 표현한다.
때문에‘밀실에서 광장으로’ 전시는 단순한 만남을 넘어서, 서로 다른 경험과 의식이 상호작용하며 관계가 형성되는 복합적 과정을 조명한다. 광장은 단순한 소통의 공간을 넘어, 개인의 경험과 내면이 교차하며 다층적인 의미를 형성하는 장소임을 보여준다. 특히, 디지털 사회의 즉각적 관계 형성과는 달리, 작가는 사유와 경험이 축적되는 아날로그적 시간이 현대인들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탐구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광장에서 서로 다른 경험과 의식의 렌즈를 시각화, 타인과 나를 재발견하는 순간을 담아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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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1-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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