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10일 14시46분
[월요아침]예총(藝總)은 지역축제의 중심에 서라
마을굿 전통의 지역주민 주도형 전통제전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관청 주도로 옮겨갔다. 백성들이 갖고 있는 축제권(祝祭權)을 관청에서 빼앗아 장악한 것이다. 이러한 축제주도권 탈취는 식민통치(주민통제) 수단이었다. 식민지적 관주도형 지역축제가 식민통치 형 축제의 잔재요 후유증이다. 식민통치 스타일의 축제문화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선으로 선출하는 1995년 이후에 본격화되었다. 일제강점기 관주도의 축제문화가 기형적인 방식으로 고착화되었다. 요즘엔 관청이 돈으로 주민통제를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관청이 축제의 인허가권을 장악하였다면, 오늘날은 지자체는 축제의 예산집행권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지역축제는 관청의 예산지원이 젖줄이다. 지자체는 주민들이 관주도 축제를 외면하자 연예인들을 동원하여 유혹한다. 매우 저급한 방식이다. 연예인 동원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의 예산이 집행된다. 물론 이러한 축제 예산은 주민세금으로 지출된다. 주민이 낸 세금은 주민에게 돌려주는 주민축제이어야 하는데, 공무원의 횡포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예인축제에 주민세금을 퍼붓고 있다. 연예인초청비로 지역재정이 거덜 날 지경이다.
고대 문헌기록이 말해주듯이 축제는 주민들이 노래와 춤을 즐기는게 본질이다. 전 세계 모든 지역축제는 주민들이 노래와 춤을 즐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유독 축제의 근본을 망각한 채 관청이 앞장서서 연예인을 불러대고 지역주민은 들러리로 동원된다. 지역축제에 집행되는 주민세금 예산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다. 노래(歌)와 춤(舞)은 문화예술의 결정체이다. 주민들이 가무를 즐길 줄 모르는게 아니다. 그러한 축제의 장(場)이 없다. 예부터 우리 백성들은 단오난장과 백중난장이 터질 정도로 가무를 즐겼다. 한국인들의 문화유전자는 신명과 신바람이다. 이제 축제권은 지역주민들에게 돌려줘라.
가무 전문 문화예술인들이 앞장서서 지역축제의 새판짜기를 하라. 우리나라에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가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있다. 한국예총 전북특별자치도 연합회(전북예총:회장 최무연)가 있다. 전북예총은 14개 시군별로 예총이 조직화되어 있다. 그런데 전북예총은 전라예술제, 정기 공연 및 발표회 등 예술인들끼리 공연전시행사에 치중해왔다. 문화예술인은 대중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데 대중문화의 관점에서 문화예술인들은 동맥경화증에 걸려있는 듯하다. 예총에는 국악협회, 미술협회, 문인협회, 연극협회, 음악협회, 영화인협회 등 10여개 단체가 연합회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축제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축제에서 연예인이 설 자리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서라. 연예인들에게 퍼붓는 예산을 지역문화예술인들에게 투자한다면 한국문화예술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향상될 것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계의 수준과 문학인들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전북특별자치도 14개 시군 시장 군수들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축제주도권을 넘겨 지역 주민들과 함께 가무를 즐기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예총은 국민들이 욕구하는 문화향유권지원센터가 되어야 한다. 문화향유권은 모든 국민은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권리는 문화기본법 시행령(2016.10.11)에 담겨 있다. 전북예총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광역 및 지방자치단체장들과 교섭하여 연예인이 설 자리에 문화예술인들이 설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라. 문화예술이 살아나야 국민들의 삶의 질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진다. 현재 한국의 지역축제는 일제강점기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회생불능의 식물인간처럼 중병(重病)에 걸려있다. 대수술이 필요하다. 전북예총이 타락의 늪에 빠진 지역축제의 구원투수로 나서 주기바란다.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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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1-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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