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06일 15시19분
[문화로 이야기꽃]인간관계의 회복
인간관계의 회복에 관한 가르침은 논어의 밑바닥에 깔린 교훈이다. 이를 바탕으로 관계의 변형과 대응을 잘 새겨볼 만하다. 인, 예,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논어에서 인간관계도 이 점을 소중히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조화를 유지하기 위한 자세와 유연성, 관용을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인은 논에서 우리가 흔히 기본으로 여기는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이를 제대로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이다. 따뜻하고, 배려심을 가지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맺는 실천 행동이다. 이렇게 본다면,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고 관대하게 상대와 마주하면서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은 당연한 접근 방식다. 상대의 실패를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싸고 가르침을 삼아서 함께 성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어진 사람은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을 세워 주어라”(己欲立而立人)고 했다 (논어 옹야 28). 이는 자신을 세우고 싶으면 자신을 생각하듯이 남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어떤 일을 이루어 내고(達) 싶으면 다른 사람이 먼저 이루게 해주라는 말도 덧붙였다. 서로 자기를 먼저 내세우고 일을 성취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이다.
“군자는 남과 화합은 하지만 뇌동하지 않으나(和而不同), 소인은 뇌동하지만 화합은 하지 못한다” (同而不和)(논어 자로 23). 이는 군자의 길이 화합에 있음을 잘 가르쳐주는 말이다. 회복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관계는 유연하게 대응하고, 충돌을 피하는 것이다. 이로써 관계 복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관계를 맺고, 이어가거나 깨지고, 다시 회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은 바로 신뢰에 달려 있다. 신뢰야 말로 인간관계의 기초이며 회복에도 마찬가지로 필수적이다. 전통사회를 지나 산업사회를 거쳐 고도지능정보사회에 들어와 살고 있는 지금도 약속을 지키고 신뢰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오히려 인간뿐만 아니라 여러 기술들이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
관계를 구축하는데 성실한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말과 행동에 신뢰가 없다면 소통이 되지 않고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묻기조차 불필요한 지경에 이른다.
“사람에게 신뢰가 없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人而無信、不知其可也) (논어 위정 22)。신뢰 없음이 얼마나 무모한지, 그 정도를 비유하자면 우마차에 멍에를 갖추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제 구실을 다 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한번 신뢰가 깨지고 관계가 뒤틀린 바에는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용서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타인에 대해 관용적이며,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인간관계의 회복을 돕는다.
“자기가 원하지 않으면 남에게 베풀지 말아야 한다(己所不欲 勿施於人)”(논어 안연 2). 여기에서 베푼다는 말이 요즘 기준으로는 해석하기가 어려운 데, 이 말은 자신을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되고 싶지 않는 모습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상대와의 관계 유지가 쉽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인(仁)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인간들의 심리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가르침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야 비로소 나라에서나 가정에서 원망이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논어에서는 인간관계 신뢰 유지와 회복의 탄력성을 갖기 위해 어질고, 동화하고, 믿음을 갖고, 용서하는 마음을 지녀서 비로소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성실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조화와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재구성함으로써 관계의 재생과 회복을 도모할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이흥재(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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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1-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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