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03일 14시01분
[메아리] 미생물 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미생물은 약 38억 년 전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생명체이자 지구를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환경으로 바꾼 주역이다. 최초의 지구는 태양의 강력한 자외선, 고온,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 등에 따라 생물이 살기에 적합하지 못한 환경이었다. 최초의 미생물인 고세균류는 주로 자외선이 닿지 못하는 심해의 화산 주변 등 극한 환경 지역에 분포하였다. 고세균에서 진화한 남조류가 출현하면서 비로소 대기 중에 산소가 생성되기 시작하였다.
배출된 산소는 오존층을 형성하여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고 온실효과로 밤낮의 온도 차이를 줄여 새로운 생명체 탄생의 여건을 조성하였다. 남조류는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산소와 탄산칼슘을 배출하고 스스로 양분을 만드는 최초의 독립영양생명체였다. 남조류가 배출한 탄산칼슘으로 만들어진 스트로마톨라이트가 호주에서 화석으로 발견되었다. 남조류 등의 미생물이 돌연변이, 공생 등의 방법으로 오랜 진화를 통해 동·식물로까지 진화하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동ㆍ식물 세포 내에서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원시세균 ‘프로테오박테리아’와의 공생이나 융합의 결과로 추정된다.
인류는 우연히 발견한 발효의 원리를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는 등 오래전부터 미생물을 생활에 이용해 왔다. 가장 오래된 발효식품인 포도주와 식초는 기원전 10,000년, 빵은 기원전 4,000년 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기원전 6,000년 경 메소포타미아에서 포도주와 식초를 만든 유적이 발견되었으며, 이후 이집트, 그리스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발효식품은 농업의 발달 이전부터 서민들의 식탁에 풍부한 영양을 공급해 왔다. 저장이 어려운 유제품의 저장기간을 늘렸을 뿐 아니라 단백질, 비타민 등의 공급원으로서도 우수한 식품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어패류, 채소를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정 계절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등의 유용한 공급원이다.
재앙과 기적, 미생물은 두 얼굴로 인류에게 영향을 미쳐 왔다. 천재지변을 제외하고 인류에게 최초의 대규모 재앙을 안겨 준 것은 병원성 미생물이다. 흑사병(Pest)은 역사에 남은 인류 최악의 전염병으로 1347~1351년 사이에 유럽 인구의 30%에 달하는 2,500만 명이 희생되었다. 1520년경 인구 2,000만 이상이던 아즈텍 문명은 천연두에 의해 멸망되었고,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8~1920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스페인 독감으로 전 세계에서 2,500~5,000만 명이 희생되었다.
17세기 후반 네덜란드의 레벤후크에 의해 현미경이 발명되면서 미생물의 실체가 확인된 이후 미생물 연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 의료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류의 생명을 구하고 평균 수명 연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미생물이다. 파스퇴르, 코흐 등에 의해 백신 이론이 확립된 이래, 예방백신은 수많은 인명을 콜레라 등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구원하였고 기적의 약, 페니실린은 2차 대전 당시 환자의 완치율을 30%에서 80% 이상으로 증가시켜 간접적으로 연합국의 승리에 이바지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과학기술 발전과 인류 생활에 편의를 높여줄 수 있는 미생물의 미래 핵심 가치 제고를 위해 제언을 제시한다. 첫째, 전체 산업 분야에 걸쳐 활용성이 높은 미생물자원의 다양성 확보 및 미생물 유전자원 강국 실현을 위한 DB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로, 전통 미생물 산업의 외연 확장을 통한 BT, NT, IT와의 R&D 융복합 분야 기술 개발로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산학연 협력을 통한 산업화 및 산업재산권 확보 연구의 강화가 필요하다. /박진우(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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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1-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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