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김상훈 - 2024년 10월 30일 16시46분
‘국보법’ 위반 혐의 전북 시민단체 대표 집행유예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선고재판부 “수사 전 정권 때 시작, 공소권 남용 아냐”
북한 대남공작원과 비밀리에 만나고 지속적으로 이메일을 주고 받은 전북 시민단체 대표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30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김상곤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1년 6개월 자격정지 처분했다.
하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대남공작원 전지선과 베트남, 중국 등에서 회합하고 이메일을 통해 국내 정세를 보고하는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하 대표는 전지선이 대남공작원임을 몰랐으며 평화통일과 농민운동 활동 일환에서 만난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검찰의 기소를 두고 ‘구시대적 공안몰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가 2012년에 시작됐음에도 10년이나 지난 뒤인 2022년에서야 공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하 대표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하 대표는 전지선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음어를 사용하거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공모하는 등 일반인이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수사를 피하는 방식으로 만남이 이뤄졌던 상황에 비춰보면 피고인은 대남공작원 실체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공안몰이에 의한 기소, 즉 검사의 공소권 남용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랫동안 기소하지 않았고, 그 이유를 재판부에 해명했으나 납득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사 과정을 보면 2021년 4월 재개됐는데 현 정권 출범 이전에 재개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소가 늦은 사실은 부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공소시효 이전 자료에 대해서는 재판을 받지 않는 등 이익을 본 여지도 있다”고 보았다.
끝으로 “대남공작원인 전지선과 국외에서 비밀리에 접선하는 방식으로 회합을 이룬 것은 명백한 위험이 있는 행위”라며 “회합과 관련해 모두 유죄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국내 동향이나 시민단체 활동 등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위험을 초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한 정보나 통신을 전지선이 어떻게 활용하고, 그가 속한 북한의 대남공작에 실질적 변화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고 무죄판결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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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0-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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