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25일 20시43분
[온누리]중국 자본의 덫
중국의 1인당 GDP는 작년 기준 12,174달러로 세계 56위이다. 가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자라고 볼 수는 없다. 세계인 기준으로 보면 중간쯤이다. 그러나 국가는 경제 대국이다. 규모면에서 이미 G2가 된 지 오래다. 중국 굴기를 내세우며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 사업으로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경제전문지 사이오월드 매거진이 세계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에 가장 많은 빚을 진 나라 20개 국을 공개했다. 대부분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국가들이다. 철도나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구축해 산업화를 이루고자 하나, 가난해 외국 자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서방 국가들에 외면받은 후 만난 중국은 환상의 파트너였다. 일대일로의 확장과 천연자원 공급처를 찾고 있는 중국의 지갑은 쉽게 열렸다.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우리 돈 35조6,427억의 파키스탄이다. 다음으로 28조1,105억의 앙골라, 스리랑카가 11조8,483억으로 3위이다. 에티오피아, 케냐, 잠비아 등이 그 뒤를 잇는다.
공동 출자방식으로 구축한 후 상환하지 못하면 그 시설물은 중국에 귀속된다.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은 일대일로에 참여했다가 진 빚 때문에 중국에 빼앗긴 경우다. 점점 중국으로 넘어가는 시설물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나라가 라오스라고 한다. 라오스 역시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다. 중국과 라오스를 잇는 고속철 사업은 7조9,000억으로 중국과 7대3 공동출자이다. 라오스 출자금 대부분은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빌렸다. 또 메콩강 수력발전소 프로젝트에 7조4,250억, 중국과 라오스 북부를 연결하는 도로에 5조1,300억 등이 투입됐다.
이렇게 건설된 시설들은 중국 국영 기업이 운영하다 50년 후에 라오스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운영 수익이 나오지 않아 이자를 못 갚는다는 점이다.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후 라오스 국가 부채가 두 배 늘었다고 한다. 현재 라오스가 중국에 갚아야 할 돈은 7조296억 원이다.
신냉전은 총이나 포탄의 전쟁이 아니라 경제적 압박과 귀속이다.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동남아 국가 중 중국 부채 1, 2위이다. 이 두 나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은 무효라 판결한 후, 이를 아세안 공동성명으로 채택하려 하자 중국편에 서서 막은 바 있다.
경제적 속박으로 외교권을 잃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신식민지 정책이라고 경고한다. 아무도 무조건 돈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돈이 몰고 올 후폭풍은 무섭다. 중국 자본의 덫에 걸린 가난한 나라들, 또 그런 정책을 추진한 그 지도자들이 한심해 보인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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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0-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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