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정성학 - 2024년 10월 20일 15시31분
전북 섬유산업 살리랬더니 타지방에 '돈 펑펑'
도, 섬유연구원 문책 및 기관장 경고평가없이 연구개발사업 참여사 선정
늑장행정에 연구시설 가동조차 못해
익산 에코융합섬유연구원이 전북섬유산업을 살리랬더니 엉뚱하게 타 지방 기업에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거나 부실 행정에 고가의 연구장비를 가동조차 못한 사실이 드러나 관련자들 문책과 함께 기관장 경고 조치가 떨어졌다.
20일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공개한 에코융합섬유연구원 재무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재작년 섬유연구원이 추진한 안전보호 융복합 섬유산업 기술개발사업은 부당하게 진행됐던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의 사업은 방염복과 방검복 등 안전보호용 섬유류 제품을 개발해 도내 섬유산업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당시 섬유연구원은 평가위원회 평가를 거쳐 70점 이상인 경우만 그 참여사로 지원할 수 있다고 공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론 평가는커녕 평가위원회조차 열지도 않은 채 2개 기업을 참여사로 선정한 사실이 들통났다. 모두 2개사 공모에 2개사만 응모해 평가없이 그냥 선정했다고 한다.
더욱이 이 가운데 1개사는 타 지방에 본사를 둔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기업은 전주에 부설 연구소 하나를 둔 게 전부였지만, 섬유연구원은 전북기업으로 보고 그 참여사로 선정했다.
이렇다보니 해당 기업에 지원된 사업비(3,000만원)는 대부분 경북과 경기 등 타 지방에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즉, 전북기업은 그 기회를 상실한 셈이다.
감사위는 “감사결과 전북에 소재한 섬유기업은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도 사업비가 다른 지역 기업에 지원됨으로써 전북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산업용 섬유 생산에 필요한 신제품이나 신기술 개발 역량을 갖출 기회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섬유연구원은 막대한 혈세가 투자된 연구개발장비를 제대로 가동조차 못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의 장비는 도내 섬유기업들의 선호도를 고려해 지난해부터 차례로 도입된 양면 편직기와 질소 발생기 등 활성탄소 섬유 생산장비 4종으로 총 19억여 원이 투자됐다. 자체적인 연구개발 역량이 부족한 도내 섬유업체들의 신제품 개발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감사가 한창이던 지난 3월 현재까지 문제의 연구개발장비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문 인허가 지연, 부서간 협업 부실 등이 도마에 올랐다.
감사위는 “섬유연구원의 경우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미 그 인허가를 받은 사업장인데다 환경기술인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부서간 사업내용 공유와 협업 등 적절한 조치가 있었다면 환경부문 인허가 때문에 장비를 설치하고도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위는 이를 문제삼아 관계자 3명은 징계 처분, 그 부서장들은 훈계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그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기관장 경고 조치도 함께 내렸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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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0-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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