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0월 17일 14시38분
영광은 시련 위에 피는 꽃
박미혜, 첫 시집‘꽃잎에 편지를 쓰다’
‘비 내리는 퇴근길에 나는 검정 비닐우산도 없이 하늘만 보다가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무채색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표현 방법이 특이 하다 번지고 퍼지고 부서져 내리는 맑은 수채화 한 점 커피를 섞으니 갈색 바람이 내 영혼을 흔든다 신기루처럼 고요를 묻혀 내리는 완성된 수채화였다// 또렷하다 무채색 공간 둘레에 희미한 고독처럼 나의 마음은 우울하게 자꾸 번져 가는데(‘수채화에 물들다’)
오랜 시간 배우고 일상에서 써내려간 시는 모두 6부로 기획, 어떤 뿌리는 허공에 길을 낸다에 담았다. 겨울을 다 견디었기에 봄으로 가는 시가 많다. 시는 기교가 많지 않다. 군더더기도 거의 없다. 겨울 같다 여러 번 읽으면 묵직한 슬픔이 막막하게 다가온다. 은유하는 시적 능력이 시인이 지닌 미덕이다. 시인의 시는 맑은 강물을 건너는 표정이 역력하고 치맛자락 날리면서 세월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 투영된다. 삽상한 그리움과 다시 어울리는 정감이 시의 길을 밝게 비추고 있다.
시인의 시는 당당하다. 자문에 대한 자답 또한 머뭇거리지 않고 명쾌하다. 주로 자연친화적인 서정성 짙은 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시집은 고향,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한 정서가 투사되어 있다. 유년의 때묻지 않은 순수를 떠올리는 것은 어른이 되어 잃어버린 동심을 다시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가 한 인간으로 바로 서고 싶은 지극한 마음을 내비친다. 시집의 주 공간은 일상사에서 일어나는 아픔과 사랑의 느낌을 사물에 비유한 순수한 노래다.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모국어의 기층 어휘들을 풍성하게 구성한다”면서 “어려운 관념적, 추상적 언어를 사용해 독서에 난해함을 이야기 하지 않는 미덕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시인은 "삶이 가는 길은 강물 같아서 산천을 얼싸안고 굽이돌아 부대끼며 부서졌지만 영광은 시련 위에 피는 꽃"이라고 했다. 이어 "삶과 문학 사이 일어나는 오랜 갈등을 풀고 싶었다"며 시인의 길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서 "작품들을 세상에 선보이니 밀려둔 숙제를 해버린 기분이라고 했다.
시인은 전주에서 태어나 2018년 월간 ‘한맥문학’ 11월호에 당선, 문단에 데뷔했다. 등단 후 전북문단, 전북문학, 신문학 등에 꾸준히 시를 발표, 다양한 시적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성을 확보해가고 있다. 국제PEN한국본부 전북지역위원회,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 사무차장을 맡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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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0-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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