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0월 17일 13시24분
[금요수필]한글을 사랑한 헐버트박사
김형중
미국의 버몬트주 출신 호머 헐버트(1863~1949-감리교회 목사)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공립 교육기관인 육영공원(고종 23년 1886~94년까지 존립)의 영어교사로 1886년 조선에 들어와 그는 한글사(史)에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1889년 미국신문 ‘뉴옥트리뷴 지(紙)’에 기고한 ‘The Korean Language-조선어'라는 글에서 조선의 고유문자인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진정한 소리글자로 치밀하게 발달 되어 있다는 내용으로 한글 자모(子母)의 조합을 언어학적으로 분석해서 최초로 한글의 우수성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또한 1889년 세계의 지리(地理)지식과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최초의 한글교과서 격인 순 한글판 ’사민필지(士民必知)‘를 저술했다,
사민필지에서는 사이시옷과 된소리인 ‘ㄲ 과 ㅆ’이 사용되었고, 1892년 한글의 기원과 문자로서의 독창성을 학술적으로 고찰한 ’The Korean Alphabet- 조선글자’라는 논문을 ‘Korean Repository-조선 소식’에 발표하였다. 같은 해 영문잡지 'Korean Repository' 2월호에 논문 'Korean Vocal Music-조선성악'을 발표, 한국의 고전 음악과 대중음악을 분석하면서 서양식 음계로 채보(採譜)한 ‘아리랑’을 비중 있게 다뤄 세계에 알렸다. 1893년 미국 시카고 국제설화 학술대회에서는 ‘조선의 시와 속담과 단군설화’ 등을 소개하면서 ’세상의 어느 민족도 봄의 풋풋함을 조선인보다 더 만끽하지는 못한다.‘고 찬탄을 했다.
헐버트 박사는 1896년 ‘Korean Repository-조선 소식’ 1월호에 ‘띄어쓰기와 점찍기(쉼표, 마침표)’를 시도해보라고 최초로 제안하면서 직접시도를 했다. 그는 ‘장비가 말을 타고’를 ‘장비 가말을 타고‘를 예로 들어 비유했었다. 한글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한 그가 조선에 발을 디딘 지 3년 만에 이루어낸 결과다. 훈민정음 창제이후 한글 문장에 띄어쓰기를 가장 먼저 시행한 책은 존 로스 목사가 1877년에 쓴 ‘Corean Primer-조선어 초보’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제안되고 시도된 시기는 1896년 4월 7일에 창간한 ‘독닙신문’에서였다. 그는‘ 구절을 띄어 쓰는 것은 알아보기 쉽도록함이다.’라고 하면서 윤치호(조선말기의 정치가), 주시경 등과 띄어쓰기를 논의해서 창간호에 도입했으며, 고종에게 ‘국문연구소’를 설립하도록 건의했다.
“나는 죽을 때까지 한국을 위해 싸울 것이다.” 그리고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 이러한 의지를 가진 헐버트박사는 조선에 매료되어 조선의 문화 특히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온 힘을 다했다. 한글의 띄어쓰기가 한국인에 의해 시작되었더라면 얼마나 바람직했을까? 부끄럽고 애석한 심정이다.
박사에 대한 예우는 2013년 문경세재에 ‘헐버트 아리랑비’를 건립했으며, 2015년에는 제1회 ‘서울아리랑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1949년 8월에 작고한 그를 위해 외국인으로서는 최초인 사회장으로 장례를 치러 그의 소원대로 서울 마포구 양화진에 안장되었다. 그곳에는 배제학당 설립자 아펜젤러, 연희전문학교설립자 언더우드,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영국인 베델 등 한국을 사랑한 외국인 선각자들이 안장되어 있다. 1950년에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건국공로 훈장 태극장을 2014년에는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한국인보다 한글을 더 사랑한 헐버트 박사를 잊지 말고 기념해두자. (※한글날 제정은 반포 500주년을 맞는 1946년부터 10월 9일로 정했다.)
김형중 수필가는
에세이스트. 문학박사. 전북문학관 운영위장.
새전북신문 논설고문. 한국문학신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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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0-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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