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15일 14시46분
[오늘과 내일]루카, 빌바오와 지역경제활성화
루카는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 지방의 소도시이다. 토스카나 지역은 자연·농업과 여행·휴식을 융합한 산업인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가 시작된 곳이다. 주위에 피사와 피렌체 등이 있어,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들 도시와 경쟁을 할 만큼 명성이 있는 인구 9만 명의 소도시이다.
이탈리아의 일반적인 도시는 산꼭대기나 구릉에 위치하여 있는데, 이곳은 평지에 둘레 4km의 성과 해자로 둘러싸여 있다, 건물과 여러 유적들의 역사적 중심지의 보존상태가 너무나 완벽하다. 2시간이면 거의 돌아다 볼 수 있는 성내에는 성당이 99개가 있다. 대표적인 건물로 루카 대성당, 귀니지 타워, 안피테아트로 타원형광장, 푸치니 박물관이 고색창연하다. 과학사적으로나 가톨릭으로도 중요한 유적이다.
루카의 대표는 작곡가 루이지 보케리니(Luigi Boccerini), 알프레도 카탈리니(Alfredo Catalini), 지아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이다. 보케리니의 첼로 소나타와 첼로 협주곡은 언제나 거리를 감싸 흐르고 있다. 특히 푸치니는 라보엠, 나비부인, 토스카, 투란도트 등의 주옥과 같은 오페라를 작곡하였다. 이 푸치니가 루카를 먹여 살린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푸치니의 음악과 루카도시의 먹거리를 교묘하게 융합시켜 놓았다.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벌 매년 7~8월에 열린다. 특히 올해는 푸치니 서거 100주년기념 행사가 줄을 이었다. 산지오반니 성당에서는 4~10월 매일 저녁7시에는 푸치니오페라 아리아 콘서트 그리고 시 전역에서 루카 썸머페스티벌(www.summer-festival.com), 루카 코믹 & 게임 페스티발 및 그 외 20~30여개의 축제 등이 유명하여 매년 엄청난 수의 수준 높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편 스페인 비스케 만에 인접한 항구도시 빌바오는 인구 35만 명 정도로 스페인에서 열 번째로 큰 도시이다. 19세기 말에 많은 철강공장과 조선소 등이 들어서면서 경제적으로 부유한 도시였다. 그러나 과도한 개발에 자연이 파괴되어가던 중 1980~1990년경에 탈산업화가 진행되었다. 탈산업화는 성공하였으나 정작 문제는 도시 경제 공동화 현상이 일어났다. 경제적 침체로 인하여 심각한 시련을 겪었다.
여기에서 도시를 구한 것이 바로 구겐하임 미술관의 유치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뉴욕, 베네치아, 베를린 등에도 있다. 이러한 대도시가 아닌 것부터 여러 가지 열세와 불확실성을 뒤로하고 1997년에 개관하여 솔로몬 구겐하임 재단이 수집한 현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프랑크 게리가 설계한 미술관은 건축가들이 손에 꼽는 걸작품으로 평가된다. 3만 여장의 티타늄 판 60톤을 사용하여 건물 전체가 물흐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3년 만에 약 4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여 5억 유로(약 7천5백억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하였다.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여 당시 세수만 1억 유로(약 천5백억원)를 상회하였다. 현재 세계에서 관광객이 매년 130만 여명을 훨씬 상회하여 도시재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를 “빌바오 효과” 또는 “구겐하임 효과(Geggenheim Effect)”라고 한다. 랜드마크 건물이 해당 지역의 경쟁력을 견인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와 같은 효과를 갖는 곳이 독일 베를린 유태인 박물관, 폴란드 크라쿠프의 바벨 성을 중심의 시가지 그리고 싱가폴의 마리나 베이 샌즈로 세계적으로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전술한 루카 시의 푸치니 그리고 빌바오 시의 구겐하임 미술관 등이, 즉 문화·예술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을 보았다. 이에 대한민국의 우수한 K-문화를 예술산업화, 문화 인프라, 컨텐츠화하면 지방소멸을 완화시키고 도시재생 및 경제적 부가가치화, 시민의 웰빙(행복)과도 직결되며 결국 한 도시의 생존가능성(Liveability)을 증진 시킬 수 있을 것이다./강길선 (교수,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4-10-16 8면
http://sjbnews.com/829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