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0월 15일 13시39분
“순창을 배경으로 한 '설공찬전' 교과서에 수록돼야”
옥천문화아카데미에서 이복규 교수, ‘설공찬전’을 활용한 콘텐츠 아이디어에서 주장
이복규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명예교수는 옥천문화연구원이 주관하는 옥천문화아카데미에서 ‘설공찬전’을 활용한 콘텐츠 아이디어에 대해 이같이 역설했다.
홍길동전’보다 100년쯤 앞서 세상에 나온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필사본 소설 ‘설공찬전’을 알고 있나? 조선 전기 문신으로 대사헌(大司憲), 호조참판(戶曹參判) 등을 지낸 채수(蔡壽, 1449~1551)의 한문 소설 ‘설공찬전(薛公瓚傳)’은 당대 사회를 비판한 조선 최초의 금서(禁書)였다.
조선왕조실록 중종편에 필화(筆禍) 사건의 흔적만 기록돼 있을 뿐이고, 1996년 이복규 서경대 교수에 의해 한글 필사본 ‘설공찬전’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조선 중종 임금 때인 1511년 채수가 집필한 설공찬전은 귀신과 저승을 배경으로 하여 최초로 한글로 읽힌 소설이다. 순창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등장인물은 실존 인물과 허구적 인물이 함께 나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당대 정치와 사회문화, 유교이념의 한계를 비판하는 내용과 함께 불교의 윤회사상이 들어가 있다.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조선시대의 판타지 소설로 그 속에 투영된 사회 비판의식이 조정(朝廷)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조정에서는 금서로 규정하고,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죄목으로 소설 판본을 소각하며, 숨겨 보관한 이들도 처벌했다는 사실이 중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설공찬전’은 최초의 한글 소설로 알려진 허균의 ‘홍길동전’보다 한 세기 앞선 작품이지만 내용이 요망하고 허황하다는 이유로 요서은장률(妖書隱藏律, 볼온서적을 몰래 숨긴 죄)로 다스려져 한문 소설은 소실됐고, 발견된 한글 필사본도 완본이 아닌 옮겨 적은 것이어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조선왕조실록에 1511년 어전회의와 관련해 ‘설공찬전은 사람들에게 해로운 책이라 지은이인 채수에게 벌을 주고 책은 모두 불태워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사람들을 미혹시키는 저승 이야기, 윤회(輪廻) 이야기 등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금서가 된 ‘설공찬전’은 한문과 한글로 필사돼 대중에게 널리 읽힌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 작품은 순창 실제 지명과 실제 인물이 등장해 순창을 소재로 했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작품은 저승에서 내려온 귀신 설공찬이 사촌동생 설공침의 몸에 빙의되어 이승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설공찬전 소장자료 150점 순창군에 기증한 바 있는 이교수는 “순창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설공찬전의 후속 연구와 콘텐츠 등 활용방안을 지역사회와 함께 구체화하는데 팔을 걷어붙일 각오가 되어 있다”면서 “설공찬전테마관이 건립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역민들조차도 설공찬전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관이 함께 손잡고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설공찬전을 소재로 드라마를 집필 중인 교사 출신 김광원 작가가 참석한 가운데 “드라마의 파급력을 활용, 설공찬전의 배경지인 순창군과 설공찬전의 저자 채수의 탄생지인 상주시가 문화적으로 상생 발전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면서 설공찬전이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고 당시 금서로 지정될 정도로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라 현 시대에 맞게 창조한다면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진 대담 자리에서 순창 인계 출신 최순이 부이사장은 “상주시가 설공찬전 문화제 등 문화적 가치를 고취시키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순창군민으로서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옥천문화연구원 차원에서라도 상주시와 설공찬전을 중심으로 상호 교류하고 공동의 발전방안을 찾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강좌엔 설명환 전 경주순창설씨대종회 회장을 비롯해 박창권 옥천문화연구원 이사장, 연상표 부이사장, 이남 상임이사, 조순엽 고문 등 회원들과 허남미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순창도서관장, 전현숙 순창군문화관광해설사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옥천문화연구원은 18일 옥천문화아카데미 네 번째 대담자로 지석호 전 순천시 자치행정국장을 초청,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생태도시브랜드 전략을 추진해 온 현장행정가로서의 도시브랜딩 성공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4-10-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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