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13일 14시15분
[온누리]구절초
가을꽃이 아름답게 피는 계절이다. 이 계절 꽃의 제왕은 역시 국화일 것이다. ‘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꽃이 핀다’ 하여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도 하는데 사군자 중 하나에 든다. 원래 중국이 원산지인데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다. 흔히 벚꽃이 일본의 국화(國化)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는 국화(菊花)가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다.
국화는 자연 상태로 보는 것보다 화분에 심겨서 다양한 형태로 연출돼 우리 눈에 더 많이 들어온다. 그만큼 꽃이 풍성해서 화분만 배열해도 조형의 완성도가 높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국화축제가 열린다. 우리고장 익산의 천만 송이 국화축제를 비롯해 마산, 함평, 거창, 인천 등에서 국화로 사람을 부르고 있다.
국화와 비슷한 꽃들을 흔히 들국화라고 부른다. 산국,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는 모두 국화과 식물이면서 개화 시기도 비슷하다. 특히 감국과 구절초는 향기가 좋아서 차로 만들거나, 꽃을 말려 베개 안에 넣기도 했다. 한방에서 약초로 쓰이는 특히 소화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여성 질환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화분에서 자라 사람의 조형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연출하는 국화에 비해 구절초는 바위틈이나 비탈진 곳에서 조용히 핀다. 음력 9월 9일에 꺾어야 가장 약효가 있다고 하여 구절초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다른 이름으로는 구일초, 선모초, 고봉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최근 구절초를 대규모로 재배해 축제를 여는 곳들이 늘고 있다. 다른 꽃과 달리 사찰이 중심이 돼 축제를 여는 것도 특이하다. 세종시 영평사는 규모는 작지만 가을이면 구절초로 덮여 장관을 이룬다. 공주 구룡사 역시 드넓은 구절초밭으로 유명세를 탔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덕사리는 마을 주민들이 농업법인을 만들어 20년간 구절초를 키우고, 작년에 일반에 개방했다. 덕사리의 구절초 정원은 2023년 충북 민간정원 9호로 지정된 바도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구절초청 등 구절초를 제조해 상품화했다. 단순히 보여주는 경관농업만이 아닌 제품으로 수익도 올리는 구조이다.
올해 구절초 축제가 모두 끝나간다. 그러나 꽃의 절정은 이번 주부터라고 한다. 사실 개화기에 맞춰 축제를 열기란 어렵다. 날씨의 영향으로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축제로 몰렸던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가득 채우고 피어난 구절초를 만나러 지금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4-10-14 8면
http://sjbnews.com/829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