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09일 14시12분
[오늘의 길목]꽃무릇의 향연
선운사 꽃무릇에는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 아주 오래전 선운사 스님을 짝사랑하던 한 여인이 평생 한 스님을 그리워하다 이승을 하직하자 그 무덤에서 예쁜 꽃무릇이 피어났다고 하는 슬픈 사랑이야기가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꽃이 진 후에야 잎이 돋아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그리움을 동시에 머금은 아름다운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꽃무릇은 8월말에서 9월초에 꽃이 피는 상사화와는 달리 9월20일에서 10월초 약 10일간 꽃이 피며 붉은색으로 꽃잎이 가늘고 길게 갈라지고 하늘을 향해 꽃잎이 펼쳐져 있음을 볼 수 있으며, 잎은 꽃이 지고 나면 11월부터 4월까지 푸르게 남아있고, 군락지는 선운사, 불갑사, 용천사, 내장사에 널리 분포되어 있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과 샘솟는 에너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꽃무릇은 우아한 자태의 연꽃과 달리 너무나 화려하고 유혹적인 빛깔이기에 힘들고 지친 현대인에게는 위로와 치유, 용기와 도전을 꿈꿀 수 있는 행복호르몬 창고로서의 치유의 힘은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우리 조상들이 꽃무릇을 심은 이유는 첫째 견인근을 가지고 있어 둑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했고, 둘째 꽃무릇 덩이 뿌리속에 알렐로파시라는 물질이 있어, 다른 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성질이 있으며 해독작용과 천연항균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책을 엮을 때 접착제로 사용하기도 하고 탱화를 제작할 때 방부제 역할을 했다고도 한다. 셋째 곤충이나 다른 동물들에게 독성을 주어 논 밭둑에 구멍을 내는 두더지를 퇴치하기도 했고, 넷째 가장 중요한 것은 꽃무릇 알뿌리에 함유된 녹말을 걸러내어 죽을 끓여 먹는 구황식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꽃무릇은 자가번식 및 자연(급류)이동 번식으로 서식지를 확대해 가고 있으며, 선운산 입구에서부터 도솔암까지 사찰주변과 산기슭에 서로 다투어 피는 약 30ha의 군락지로 해마다 향연을 펼치고 있다. 돌 틈에 피어 낸 꽃무릇을 화폭에 담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사진작가의 열정이 오늘따라 선운사 스님을 평생 짝사랑한 여인의 고귀함과 버무러져 또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는 듯하다. 인기 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둑) OST음악에서 흘러나오는 상사화 노래를 떠올리며 걷는 산책길에 하늘을 향해 펼쳐진 빨갛게 물든 상사화가 인사를 한다. ‘사랑해요’라고......
/안승현(지속가능발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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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0-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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