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김상훈 - 2024년 10월 03일 15시49분
돈 빌려주며 “군 내부자료 넘겨라” 사채업자들 재판행
현역군인 3명 암구호·훈련계획·조직도 등 유출채권추심 협박용으로 사용, 외부 유출 정황은 없어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한연규)는 군사기밀보호법, 대부업법, 채권추심법 위반 등 혐의로 불법대부업자 A(37)씨와 직원 2명을 구속 기소했다.
A씨 등은 군 간부 10명에게 암구호 등 군사비밀을 알려주면 대출을 해주겠다고 제안, 3명으로부터 암구호를 수집하는 등 군사기밀을 불법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불법대부업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법정 최고 이자율을 어기거나 채권자를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해당 사건은 지난 5월 국군 방첩사령부가 충청 지역 한 간부의 암구호 유출 정황을 포착하며 드러났다. 이후 전북경찰청과 전주지검은 방첩사령부와 합동 수사에 착수했다.
전북청 안보수사대는 4개월간 잠복·미행 등 끈질긴 추적 수사 끝에 불법 사채업자 3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해 구속했다. 지난 7월 직원인 B(27)씨 구속을 시작으로 8월 C(32)씨 또한 붙잡혔다. 이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간 끝에 A씨 신원을 특정, 지난달 5일 A씨를 구속했다. 대부업 사무실과 주거지에서 범행에 사용한 휴대전화 33대, 컴퓨터 2대, 노트북 2대를 압수하는 등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확보한 증거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A씨 등은 1년 5개월간 불법 대부업을 운영, 현직 군인 10명에게 암구호 등 군사기밀을 요구하고 이 중 3명으로부터 군사기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들은 대부업자들에게 암구호뿐만 아니라 피아식별띠, 산악 기동훈련 계획 문서, 부대 조직배치도 등 군 내부자료도 제공,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A씨 등은 이렇게 수집한 군사기밀을 외부에 유출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대출 원금 회수 목적으로 군인들을 협박하기 위해 암구호 사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피의자들은 실제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 군인에게 해당 부대에 전화하겠다며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 등은 고금리와 불법 채권추심으로 서민 경제를 어지럽혀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일반인 채무자 193명에게 5억9,000만원을 대출해주고 3억6,000만원 상당 고금리를 수취했다. 이들은 연 3만%까지 최대 이율을 적용하는 등 관련법을 어기고,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채무자와 가족, 지인을 협박하는 등 불법 채권추심도 서슴치않았다.
피의자들에게 암구호를 누설한 현직 군인은 국군방첩사령부에서 수사하고 있으며, 전북경찰과 전주지검은 여죄를 파악하고 추가 피의자들을 확인할 방침이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검·경·군 수사기관 사이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며 “관련 사범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고 불법 수익에 대한 적절한 환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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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0-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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