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01일 14시59분
[온누리]한(韓) 문화의 발상지, 익산
‘한 문화의 발상지, 익산’은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익산시와 함께 이번주 화요일에 개최한 학술회의의 대주제이다. 익산시는 2015년 미륵사지 왕궁리유적의 세계유산 등재 이후 해마다 고도 익산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학술회의를 열었는데, 새로 개관한 익산세계유산센터에서 열린 올해에는 익산의 마한 문화를 심도깊게 논의하고 시민들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고려시대의 제왕운기를 시작으로 조선의 다양한 문헌과 지도 자료에서 익산은 기준왕이 남천하여 한왕이라고 칭하였던 마한의 고도라고 전한다. 백제 무왕의 능으로 밝혀진 익산쌍릉도 기준왕의 무덤으로 적혀있고, 미륵산성도 기준성으로 표기하고 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강후진은 미륵산성과 쌍릉 등 익산 금마를 답사하고 기행문을 남겼는데, 그의 답사 목적 역시 마한을 찾는 것이었다. 기록의 도처에서 익산은 마한의 중요한 역사적 공간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익산에서는 학술회의와 같은 전문가들의 논의와 병행하여, 시민의 날을 10월 3일 개천절로 옮겨 기린다던가, 2,200여년전 익산의 마한 사회와 문화를 축제처럼 즐기며 생각해 보는 을 마련하였다. 문화대전의 첫날 첫 행사 중 하나로 선보이는 마한소도제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전에 보이는 ‘입대목 현령고(立大木 懸鈴鼓)’ 기록을 근거로 마한문화의 상징인 소도제를 마한고도 익산 금마에서 재현해 본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학자들 중에는 익산 영등동 유적에서 확인된 오중환구가 제사유구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으니 마한 고도 익산에서 소도제가 열렸을 가능성은 매우 충분하다.
이처럼 익산은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는 한 문화의 시작이 이곳이었음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그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 그 어느때 보다도 익산 백제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 시점에서 마한의 고도라는 정체성으로 넓히려는 다양한 시도는 공주, 부여와 차별화하면서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그 방향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여전히 한 문화의 발상지, 익산이라는 데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학자들도 있다. 익산 마동에서 50여기에 이르는 마한 무덤이 조사되고, 신흥동, 오룡리, 평장리, 구평리, 다송리, 용제리, 신용리, 무형리 등 다양한 곳에서 의미있는 청동유물들이 다수 확인되었음에도 좀 더 분명한 유적을 보여줬으면 하는 것이다.
최근 서동생가터, 오금산성에서 대형의 석축저장시설, 집수시설이 확인되면서 익산 백제문화가 전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은 익산시의 중단없는 노력 덕분이다. 머지 않은 언젠가 익산의 마한유적에서도 그런 경사를 맞이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옛 선인들이 인증했던 마한의 고도 익산이니까.
/문이화(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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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0-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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