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0월 01일 13시11분
무장읍성 송사지관의 사(沙)를 찾아서
황재남- 사진가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필자는 작년에 무장읍성을 시작으로 옛 장사현 지역인 상하면이나 해리면의 동호항.구시포 해안에 왜구가 출몰했을때 어떤 방식으로 무장읍성에 위급한 소식을 전해을까 생각하며 읍성에서 가까운 송림산에 올라서 군사시설이나 봉화대의 흔적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옛 장사현 터였던 장사산성에 올라 건물 터와 산성을 둘러보고 주변에 널려 있는 기와편을 확인했다. 장사산에서는 송림산은 잘 보이나 무장읍성은 송림산에 가려서 거의 보이질 않아 해안의 위급을 알릴때는 송림산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대동여지도에서 보면 서남해안 5번째 노선에 속하고 한양 남산(목멱산)으로 향하는 직봉 고리포봉수대와 소응포봉수대가 잘 표시되어 있다. 필자는 해리 상하 인근 바닷가에 왜군이 침략했을 때 전투성인 무장읍성에 알리는 역할을 했을 간봉의 봉수대가 반드시 있었을 것으로 본다. 또, 장사산에서는 상하면 자룡리 고리포봉수대와 주변 마을 해안 10km에 달하는 명사십리 소나무 숲이 한눈에 조망된다. 천혜의 요새인 셈이다.
필자는 지난해에 고리포 봉수대 답사를 이어 이번에는 무장읍성 객사 송사지관의 사(沙)를 찾아 명사십리에서 옛 장사현 사람들의 순결한 백(白)을 찾아가 보았다. 긴 모래언덕 "명사십리" 는 해리면 동호리 광승리 상하면 장호리 자룡리 구시포 고리포 약 10km에 이르는 해안 언덕이다. 명사십리 위로는 언덕과 소나무 숲 사이로 차가 다닐수 있는 일주 도로가 나 있다. 언덕 위 소나무는 모두 육지쪽으로 비스듬이 의지하며 서 있다. 무수한 세월을 세찬 해풍에 정면으로 맏으면서 버텨온 것이리라. 필자는 장호리 방풍림처럼 명사십리 소나무 숲은 서해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막는 역할도 했겠지만 그 옛날 해안을 상륙하는 왜군을 막아내기 위한 군사 시설물로도 사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도 구시포에는 군부대가 지키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봄 장사산과 고리포 봉수대에서 모래 언덕 위 우거진 소나무 숲 뒤로 그 넓은 농지에 노란 유채꽃이 만발해 명사십리와 함께 장관을 이룬 것을 보았다. 이번 가을에 가보니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 황금들녁을 이루어 넘실거리고 있다. 혹시나 주변에 옛날 염전이 남아 있을까 찿아 보았으나 이제는 모두 논으로 경작한다고 마을 어르신들은 옛날의 기억을 더듬는다.
명사십리 앞에는 가막도와 저멀리 부안 위도가 한눈에 잡힌다. 밀물때는 명사십리 언덕 바로 아래까지 바닷물이 밀려 들어 온다. 또한 썰물때는 언덕 한참 아래 갯벌까지 사람들이 내려가서 노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갯벌에는 무수한 생명들이 꿈틀거린다. 고창 세계자연유산 생명의 보고인 까닭이다. 여기에서 노니는 갈매기떼의 장관은 삶에 지친 방문객들의 마음을 안정시킨다. 해질녁 소나무 숲에 비스듬이 스며들어 비치며 바다로 떨어지는 붉은 노을빛을 보라. 이 얼마나 장관인가. 과연 이순간만큼은 명사십리 낙조 앞에서 순풍의 인생들도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본다. 이렇듯 무장현의 옛 이름인 장사현인 현재 해리면과 상하면은 주변의 자연지리와 역사 문화적 자료들을 여러 접근을 통해 살펴 볼때 명사십리는 단순한 모래언덕만이 아니다. 즉, 바로 이곳 명사십리는 옛날 그 유명한 장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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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0-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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