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29일 14시31분
[온누리]AI와 전쟁
AI와 전쟁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AI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첨단 기술이다. 그러나 전쟁은 극단적인 갈등의 폭발로 매우 파괴적이다. 역사적으로나 성향으로 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도 두 단어의 조합이 꽤 익숙하게 느껴진다.
최근 IT기업들의 각축을 AI전쟁이라고 한다. 오픈AI의 챗GPT를 비롯해 구글이나 애플은 물론 네이버나 카카오 등도 사활을 걸고 대응하고 있다. AI를 위해서는 다량의 데이터 수집도 중요하지만, 이를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시 반도체가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D램에서 HBM으로 반도체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반도체를 빌딩처럼 쌓아 연결한 것으로 메모리와 프로세서 간에 통신은 물론 데이터 전송을 빠르게 한다. 메모리의 양보다 처리 속도를 개선함으로써 AI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양상은 기술경쟁이라 인류를 편리한 길로 인도한다. 말이 전쟁이지 파괴가 아닌 발전을 지향하기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본래 전쟁은 무섭다. 사람을 죽이고, 시설을 파괴해 상대를 누르는 전투적 개념의 전쟁은 승자가 없는 싸움이다.
지금 지구상에 크게 두 개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전쟁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공격에 보복으로 벌이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이다. 특히 이 전쟁은 이란과 레바논 등도 관련돼 국제전 양상으로 나가고 있다.
문제는 전쟁에 AI가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폭탄이 그랬듯 인간을 이롭게 하려는 기술이 인류를 파괴하는 양면성은 분명히 있다. 위성항법장치(PGS)를 비롯해 인터넷, 인공위성 등 대부분 기술이 군사적 목적에서 비롯됐음을 생각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전쟁에 AI를 이용한 건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선두이다. 며칠 전 레바논의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쓰는 삐삐에 폭약을 심고, 코드를 보내 일시에 터지게 함으로써 4,0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낳았다. 그러나 이는 고전적 기술이다.
얼굴인식 프로그램인 ‘라벤다’를 활용 하마스 대원을 식별해 공격하는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 AI가 90% 이상 하마스 대원이라고 판단하면, 스스로 공격 명령까지 내린다. 문제는 하마스 대원 1명을 사살하는데 민간인 15명 정도의 희생을 허용하겠다는 이스라엘의 태도이다. AI의 오류로 억울한 죽음이 양산될 수 있어서다. 기술이 인간을 죽이는 끔찍한 전쟁에 AI도 끼어드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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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9-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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