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김상훈 - 2024년 09월 26일 16시26분
임신한 전처 살해한 40대 징역 40년
아이까지 목숨 잃어...심신미약 주장 받아들여지지 않아재판부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피해, 엄중 처벌 필요”
임신한 전처를 살해하고 끝내 뱃속 아이까지 목숨을 잃게 한 4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26일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살인 등 혐의로 법정에 선 A(43)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3월 28일 오전 10시께 전주 효자동 한 미용실에서 전처인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그 자리에서 B씨 남자친구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했다.
이 같은 범행 배경에는 전처를 향한 A씨의 집착이 있었다. A씨는 이혼한 후에도 수시로 피해자를 찾아가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살해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범행을 저지르기 한달 전인 2월 28일에는 1,000만원을 받고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썼지만 지키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협박해왔던 A씨는 특히 피해자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범행에 이르렀다.
범행 과정 또한 치밀하고 잔인했다. 범행 전 흉기로 사용할 회칼을 준비했고 회칼 손잡이에 붕대를 감아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범행 이후에는 미용실에 불을 지르기 위해 라이터와 오일통을 준비했다. 범행 도중 B씨가 피를 흘리고 쓰러지자 다시 다가가 여러 차례 목과 배 등을 찔러 확실하게 살해하려 했다.
이 범행으로 B씨는 목숨을 잃었고, 당시 임신 7개월 상태였던 태아 또한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중 19일 만에 사망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재판부는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 “국립법무병원 정신감정 결과에 따르면 피고인은 범행 당시 불안과 분노가 주 증상이었으며 주요 우울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사전에 범행도구와 시기를 계획한 점 등을 미뤄볼 때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살인죄는 생명을 침해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가하며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반드시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끝으로 “피해자를 포함해 유가족은 평생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피고인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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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9-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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