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양정선 - 2024년 09월 26일 13시20분
끝나지 않은 태풍의 계절
태풍은 공기의 거대한 소용돌이 중 하나로, 열대 해양에서 발달한 열대 저기압 가운데 중심 최대풍속이 17m/s 이상인 경우 태풍이라고 부른다. 태풍으로 발달할 수 있는 열대 요란이 발생하는 지역의 공통점은 따뜻한 해수면 지역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많은 양의 수분이 증발해 대기로 들어가며, 이러한 수분 흐름이 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그래서 태풍은 찬 해수면을 지나거나 육지에 상륙하면 급격하게 약해지는데, 이는 태풍을 유지시키는 에너지원인 충분한 양의 수증기 공급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호우로 피해를 가져오는 무서운 기상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으며 고위도로 이동해 지구 남북 간의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측면도 있다.
보통 태풍이 우리나라로 북상하면 찬 바람이 더위를 식혀줄 것으로 생각되지만, 오히려 태풍은 더위를 몰고 오기도 한다.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하지 않고 일본이나 중국으로 빠지며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경우나, 태풍의 강도가 약해 한반도 주변에서 소멸하여 한반도의 열기를 날려버리지 못하고 저위도의 수증기를 끌어와 습도를 높이고 체감온도가 올라가는 경우가 그렇다. 올해 발생한 제3호 태풍 ‘개미’와 제9호 태풍 ‘종다리’가 이런 특징을 보였다.
매년 세계 각지에 태풍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데, 지난 8월 말 제10호 태풍 ‘산산’이 일본에 상륙해 큰 피해를 유발했고, 제11호 태풍 ‘야기’는 필리핀과 중국에 이어 베트남 북부를 휩쓸고 가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아직 올해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할 태풍은 없었지만, 10월까지도 안심은 금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과거 태풍들의 통계를 보아도 그렇고, 가을이 되면 바다의 수온이 내려가면서 태풍의 세력이 약해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높아진 해수면 온도와 증가한 수증기의 영향으로 최근 가을 태풍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북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게 지속되고 있어 열대저기압이 발생 또는 발달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기에, 태풍의 발생과 발달의 추이를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을에 오는 태풍은 농작물이 무르익을 시기에 영향을 주므로, 수확을 앞두고 낙과, 전도 등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여 한 해 농사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일 수 있어 더욱 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태풍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상청에서는 태풍에 대한 방재 대응을 강화하고자 올해부터 태풍정보 서비스를 개선하여 제공하고 있다. 태풍정보 발표 주기를 기존 6시간 간격에서 태풍이 경계구역에 진입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 3시간 간격으로 시간을 단축해 제공하며, 태풍 통보문에 태풍상세정보 QR코드를 삽입해 가독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태풍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태풍 강도 정보를 강조하기 위해, 태풍정보 통보문에 태풍중심의 최대풍속 수치를 추가하고 태풍 경로 그림의 태풍 종료 표시(X)를 온대저기압 변질(LOW)과 열대저압부 약화(TD)로 구분했다.
올여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제9호 태풍 ‘종다리’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분명 태풍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위험한 기상현상이다. 남은 가을철에도 기상청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정확한 태풍정보 생산과 신속한 정보 제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국민들도 기상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태풍 대비 방법을 미리 숙지하여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함께 힘써 주셨으면 한다.
/기상청장 장동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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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9-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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