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22일 14시15분
[월요아침]기고만장(氣高萬丈)
“기세가 등등하고 매우 거만해진 상태”
기고만장(氣高萬丈)의 한자를 살펴보면, 氣(기운 기)는 사람이 살아가는 힘이나 에너지, 기운을 의미하고, 高(높을 고)는 높은 상태나 수준을 뜻한다. 萬(일만 만)은 수많은 것 또는 큰 숫자를 나타내고, 丈(어른 장)은 길이나 높이의 단위로, 약 10자(약 3미터)에 해당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만장(萬丈)’은 3만m(3m*10,000)로 30㎞이니, 대기권의 위치로 상당이 높다.
이처럼 내용상으로는 기운(氣運)이 만장이나 뻗치었다는 뜻으로, 엄청난 기세를 이야기하는 좋은 단어다. 그런데 실제 쓰이는 건 주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뽐내기 위해 힘이 잔뜩 들어가 오만하고 방자하게 비치는 태도를 일러 많이 쓰인다. 즉 지금은 잘 나가니까, 혹은 ‘자기가 잘 나가는 줄 알고 눈에 뵈는 게 없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평등하다 하지만, 개중엔 그리 저 혼자 잘난 맛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 이왕이면 건방진 오만한 마음보다는 선한 평화의 마음들이 하늘을 찌를 듯 기고만장했으면 한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가관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고, 채해병 사망사건에서 장성들은 숫제 나몰라라 한다. 김구를 테러리스트라 하고, 홍범도를 공산주의자라 부른다. 장관급 인사들은 참혹한 일제 강점기 때 우리 국민이 일본 국적이었다고 한다. 또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때 강제노동을 인정하지 않는데도 협조를 해줘 버렸다.
그러나 개돼지 무지렁이로 보이는 국민도 꿈틀거리며 저항할 줄 안다. 2016년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의 촛불집회를 잊었는가. 의기양양하게 독선·독주하며 꾸민 일들이 훗날 자신들이 엮일 족쇄임을 모르고 있다. 정권은 무한하지 않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쓰디쓴 폐족으로 또다시 추락하기 전에 여기서 멈추고 그만해야 한다. 이 모든 행동이 기고만장해서 그런 것이다.
기고만장의 유래는 고대 중국의 역사나 문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비슷한 표현과 의미를 가진 이야기들이 있다. 주로 고대 중국에서 큰 전쟁이나 중요한 승리를 거둔 장수나 영웅들이 자신감이 과도하게 높아진 상태를 나타낼 때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의 장수 관우가 승리를 거둔 후 지나치게 자신감에 차 있었던 상황을 떠올릴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져, 상대방을 가볍게 여기는 실수를 범한 적이 있다. 이처럼 기고만장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방심하거나 남을 깔보는 태도를 경계하는 뜻도 담고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치자. 그때 우리는 “나는 정말 대단해!”라고 생각하며 기고만장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그 상태가 지속되어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느끼게 된다면 결국 다음 시험에서 실패하고 만다.
누구나 살면서 성공의 기쁨을 맛보거나 칭찬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기고만장한 상태가 될 수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상태가 지속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오히려 자신에게도 해가 될 수 있다.
기고만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자신감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자신감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삶에서 기고만장이라는 사자성어를 경계하며, 항상 겸손하고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스스로를 높이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지나쳐 다른 사람들을 깔보는 태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태현(고원공간정보 부회장·전 무주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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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9-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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