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상래 - 2024년 09월 18일 11시05분
우리나라 최초 교향곡 ‘김홍전 심포니 d-minor’ 화려하게 피어나
1부 오라토리오 ‘루디아’, 2부 교향곡 ‘심포니 d-minor’롯데콘서트홀...김경희 지휘자 손끝에서 새롭게 조명
밀레니업심포니오케스트라가 주최한 ‘대한민국 최초교향곡 김홍전 심포니 ’d-minor’ 연주회가 지난 1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초연됐다. 교향곡은 작곡가의 역량이 총동원되는 클래식 음악의 핵심 분야다. 김홍전 작곡가의 교향곡은 파이프오르간, 하프, 호른, 튜바,바순 등이 들어가는 대규모 편성곡이다.
이날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교향악단의 연주와 위너 오페라합창단의 협연으로 1부는 오라토리오 ‘루디아’, 2부는 교향곡 ‘d-minor'가 새롭게 선을 보였다. 소프라노 박현주,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박성근, 바리톤 한규원 등 쟁쟁한 성악가들이 스페셜 솔로이스트로 출연했다.
1부 오라토리오 ‘루디아’는 구약 룻기를 배경으로 지은 대작이다. 보잘 것 없는 과부 나오미와 두 며느리 오르바와 루디아의 이야기를 통해 고난속에서도 하나님을 선택하는 여인의 믿음이 예수님의 족보에 오르는 영광으로 이어지며 놀라운 구원의 역사를 이루는 내용을 작품화했다. 이 곡은 특히 암울했던 일제치하 수탈에 온 민족이 고통당하던 때 김 작곡가가 신사참배와 창씨개명을 거부하며 사촌 형인 독립투사 김인전 목사(상해임정 의정원 의장)의 영향 등으로 고난 중에 작곡한 곡이어서 의미가 각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향곡 ‘d-minor'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게 될 때 제출한 곡으로 모두 4악장으로 돼 있다. 지휘자인 김경희 교수는 ‘김홍전 교향곡은 고전주의 음악의 격식에 맞춘 곡처럼 보이지만 음악적 색깔이 다양하고 테크닉적으로도 쉽지 않은 곡“이라며 ”합창이 들어간 점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파이프오르간이 나온다는 점에서 생상스 교향곡 3번의 요소가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합창단(50명)과 교향악단(70명), 유명 솔로이스트들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까지 합쳐진 롯데 콘서트홀의 무대는 한마디로 웅장하면서 환상적이었다. 베토벤의 교향곡보다 헨델이 지은 메시야보다 더 장엄하고 웅장했다. 곡이 정형화된 것보다 자유롭고 풍요로웠다.
김홍전 작곡가를 잘 이해하고 있던 여성 최초 지휘자인 김경희 교수(숙명여대)가 지휘봉을 잡았다. 김 교수가 김홍전 작곡가의 오라토리오 ‘루디아’를 초연한 경험이 있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가 혼신을 다해 준비한 곡들을 마무리하면서 이번 연주회는“사람에게 보다는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는 곡이다“라고 설명해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연주회에 참석한 전주의 한 교회 목사는 “우리 민족이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대에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찬송하는 마음으로 작곡하신 김홍전 목사님의 신앙고백이 교향곡 D-minor 전면에 흐르고 있는 것 같아, 나도 고백하는 심정으로 관람했다”면서 “이런 훌륭한 교향곡을 살아생전에 보고 듣다니 큰 복”이라고 말했다.
유투브 라이브방송을 본 geesunu7529님은 “일제강점기때 신사참배를 거부하시고 굶주림을 택하신 곤고한 일상에서 이토록 힘 있고 소망에 찬 선율을 그려나가신 김홍전 목사님을 그려보았습니다. 그 크신 재능을 가지셨음에도 이름도 빛도 없이 오직 주 하나님만 섬기신 김홍전 목사님을 이 민족에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분도 댓글에서 “주님 홀로 높힘과 영광을 받으시는 예배음악이 이토록 영화롭고 장엄하고 아름답게 연주되어 말할 수 없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참으로 축복받은 민족입니다. 고 김홍전 목사님 같은 믿음의 선조가 계시고 신학자로 음악가, 작곡자가 계셨으니 삼천리반도 금수강산이 복을 받았습니다!”라고 피력했다.
지휘자인 김경희 교수는 숙명여자대학교 작곡과 졸업, 베를린 음대 지휘과 졸업, 숙명여대 음대 학장 역임, 현 청주시립교향악단 제11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있다. 김 지휘자는 1991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신진지휘자 연주로 데뷔했으며, KBS교향악단, 서울시향,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부산시향, 포항시향, 울산시향, 대구시향, 전주시향, 광주시향,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Russian Philharmonic Orchestra, Rumania National Orchestra 등 국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한편, 김홍전 목사는 음악박사, 신학박사다. 그의 삶과 업적만큼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국은 물론 세계 기독교사에도 ‘10대 학자’로 거론될 만큼 탁월한 개혁주의 신학자다. 그는 기독교계 독립운동가 가문에서 성장했다. 1926년 신흥보통학교, 1930년 신흥중학교, 1932년 경신중학교를 졸업하고, 전주화산동에서 거주하면서 성경연구, 음악공부, 독서, 명상을 즐겼고, 1934년 동경에 가서 음악공부, 1935~1937년 평양신학교에서 가르치던 선교사·음악가 드와이트 말스버리에게 음악이론, 작곡, 피아노 등을 배웠다.
일제의 폭압이 강화된 1940년대에는 창씨개명, 신사참배를 반대해 공적 활동을 하지 못했고, 이때 음악 작업에 매달렸다. 그는 교향곡 악보에 ‘1942년 12월 10일 새벽 4시 완성’이라고 명기했다.
한국전쟁 중에는 이승만 대통령 특사로 미국, 스위스 등으로 가 기독교단체, 언론 등에 전쟁 상황을 알렸다.
미국 체류 중이던 1951년 ‘시카고 중앙 음악원’(Central Conservatory of Chicago)에 ‘심포니 D minor’를 제출해 음악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7년엔 리치몬드 유니온 신학교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생애 후반기라 할 수 있는 1964부터 2003까지는 개신교회 목사로서 그동안의 사회 활동과 일반 음악 작곡 활동을 멈추고, 오직 말씀을 전하는 목회와 찬송 작곡에만 전념했다.
그는 1964년 1월 5일 독립개신교회(IRC) 성약교회 창립 교역자로 취임봉사, ‘85년 7월 성약교회 사임, 일본인 교회 초청으로 동경에 있는 신학교와 동경, 경도, 북해도 등지의 교회에서 설교와 신학 강의를 했다. 이후 캐나다 위니펙으로 이주, 그곳에서도 교회에서 설교를 하는 등 그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2003년 7월 5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소천 했다.
그의 저서로는 창세기와 누가복음, 사도행전, 신약개론(전주 “복된말씀”사 발행 1953년), 복음이란 무엇인가(일본어 동경 생명지언사 발행 1966년. 한국어판 1973년), 구약 이사야서 주석(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종교교육부 발행 1954년), 1982년부터 성약출판사에서 강설저서(신앙의 자태, 예수님의 행적 등) 100여권이 있다. 주요작품은 ’그대 꽃같이‘(1933), ’길손의 밤‘(1933), ’가곡작품집‘(1933), ’한강왈츠‘(1935), ’피아노협주곡‘(1935), ’바이올린협주곡‘(1935), ’야상곡‘(1935), ’금강교향곡‘(1938), ’황혼의 시‘(1938), ’교향곡 물망초‘(1938), ’Symphony in d-minor'(1942), ‘경배송 Ⅰ, Ⅱ, Ⅹ, ⅪV’/ ‘할렐루야 Ⅰ, Ⅱ’, ‘주께로 오라’/‘복 있는자’/‘야웨로이’(1942), 'Sonata for violin and piano'(1943), ‘전원 무곡집’(1944), ‘민속무곡집’(1944), ‘오라토리오 루디아’(1944), 'Worship Music No.1'(1949), '예배용 찬송 책 발간'(1982), PRELUDE(1994) 발간 등이 있다. /박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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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9-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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