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08일 15시59분
[월요아침]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북들소리경연대회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는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전북자치도의 막대한 도민세금 예산 30억을 자기들끼리 기획하고 자기들 방식대로 집행한다. 축제는 기획력이 아니고 도민들의 참여, 공감이 관건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주인이 없다. 축제의 주인이 관청일 수는 없다. 매년 20여개국 뮤지션을 불러다 생산성없는 1회성 낭비성 고비용저효율 행사를 23년째 해오고 있다. 23년동안 600억원 들인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전북자치도에 남긴게 무엇인가 답변해 봐라. 이 기형적인 소리축제를 전북자치도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2023년에 축제전문가들은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정체성, 운영방식, 프로그램, 예산집행 등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그런데 2024년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오히려 더 형편이 없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실효성의 한계를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다음달 10월 5일(토) 무주군 한풍루에서 2024 전북자치도 들소리 한마당이 열린다. 전북자치도 민속예술진흥회 연합회는 매년 백중절 풍년제와 들소리 경연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는데, 제1회 대회는 순창군에서 열렸고, 이번 제2회 들소리 경연대회가 무주군에서 열린다. 전북자치도 14개 시군에서 모든 도민들은 누구나 들소리 한마당 참여와 신청이 가능하다. 들소리 경연대회는 농촌 들녁에서 농부들이 부른 민요(民謠)를 전승, 보존하는데 목적이 있다. 민요에는 논매는소리, 밭매는소리, 신세타령, 산조, 판소리, 베틀소리, 자장가, 상여소리 등 농민들의 모든 생활소리를 총칭한다. 들소리 한마당은 전적으로 민간주도 행사로서 농도(農道) 전북자치도의 정체성과 딱 들어 맞는다.
전북자치도 민속예술진흥회 연합회는 농촌 소멸과 고령화사회로 들소리의 전승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우리소리를 전승시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악조건 상황에서 힘겹게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전북자치도에 책정된 예산이 없기에, 예산확보가 가장 힘들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돈이 넘쳐나 외국 뮤지션들을 불러들여 공연하지만, 들소리 한마당은 전북자치도 원주민(原住民)들의 소리를 살려 내려고 안간힘으로 지자체에 구걸하고 있다. 들소리는 보존 전승해야 할 무형문화유산이다. 전북자치도는 우리소리 들소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전혀 예산지원이 없는 실정이다. 무주군 들소리 한마당 예산은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가난한 예산이다.
들소리 한마당은 풍년제 판굿과 함께 시작하는데, 농악소리와 들소리가 신명나는 소리잔치를 연출하여 매우 생산적인 저비용고효율의 들소리경연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우리소리는 가수가 따로 없다. 우리 모두가 가수다. 우리 모두 한마당에서 다함께 흥겹게 부르고 놀고 춤을 춘다. 우리소리를 잃으면 우리문화를 잃는다. 우리문화를 잃고 어떻게 케이컬쳐(K-culture)를 하겠다는 것인가. 글로컬(Glocal)시대에 들소리의 세계화가 정답이다. 세계적인 케이팝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노래에는 들소리, 판소리, 농악의 장단인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가락이 근원에 깔려 있다. 들소리의 신명이 케이팝에서도 흥과 신명으로 피어난다. 케이팝의 근원에 호남평야의 들소리 장단이 자리잡고 있다. 케이팝이 호남평야 들소리의 세계화 길을 열어줬다. 전북자치도가 케이팝국제학교를 설립하려면 들소리부터 살려내야 한다. 전주세계소리축제의 표류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전북자치도와 도의회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예산지원 조례를 개정하여 우리소리 들소리의 진흥과 세계화에 정확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현행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속할수록 우리소리 들소리는 설움의 눈물을 짓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전 중앙대 교수·사단법인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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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9-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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