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04일 14시49분

[오늘의 길목]작은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

우리는 가끔 남을 위해 사소한 관심과 사랑을 나누었을 뿐인데 생각하지도 못하는 커다란 기쁨으로 돌려 받을 때 천하를 얻은 만큼의 행복감으로 도리어 지친 나를 위로받게 했던 경험이 있다. 고향이 이북인 친정아버님은 추석 명절이 되면 쓸쓸하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고향에 있을 개구쟁이 친구들과 공을 차며 쌓았던 추억들을 되새기곤 하셨다. 가끔 눈물도 흘리시면서 그리워하시는 고향생각에는 애절함이 범벅이 되어 잠시 우리 가족을 숙연한 분위기로 바꾸어 놓기도 했지만 어머니를 칭찬하시면서 너털웃음을 지어내셨던 살아 생전 친정아버지의 추석명절 이야기 보따리를 또 듣고 싶다. 그 이야기 보따리속 주인공은 아기를 가진 장애여성 노숙인으로 힘겹게 살아갈 때 우리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 아기를 잘 낳아 키우며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은행원이 된 아들과 함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우리집 앞 땅바닥에서 갑자기 큰절을 받았다고 자랑하셨다. 평소 칭찬에 인색하신 아버님 입가에 피어오르던 흐뭇한 미소와 기쁨의 눈물은 지금도 나를 가슴벅차게 만들어 주고 있다. ‘니 에미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큰절을 받고 보니 평소 니 에미가 사람들에게 ’다 퍼준다‘고 짜증냈던 내가 많이 부끄러웠다’고 고백하시던 말씀이 조금이나마 우리 가족이 어려운 이웃을 살피게 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지난 달 8월 일주일정도 남동생이 리더로 이끄는 의료봉사단이 정부군과 시민군 사이에 내전중인 미얀마 양곤에서 의료봉사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했다. 동료 선후배 의사들과 약사, 간호사, 이미용봉사단 등 기타 자원봉사단 20여명이 함께한 의료봉사단원들은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례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미얀마 오지마을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않고 수많은 어려운 주민들의 질병과 아픔을 치료하는 천사로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다. 10여년전부터 동생부부가 미얀마, 스리랑카, 캄보디아등의 오지를 선택하여 의료봉사하는 것이 그저 어느 단체에 소속되어 잠시 다녀오는 일회성 행사로 생각하였는데 꾸준히 지속해온 사실과 15년전부터 국내 의료봉사를 병행하였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되면서 동행하는 의료봉사단의 숨은 봉사에 부끄러운 마음이 솟구친다. 병원을 잠시 문닫고 참여하는 의사들과 약사, 휴직상태를 이용하여 봉사하는 간호사, 개인의 재능을 봉사에 쏟아붓는 철인 미용사들, 음식나눔봉사자들이 하모니를 이루어 만들어내는 멋진 오케스트라와도 같은 의료봉사예술작품은 우리 지구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미얀마 봉사하는 매 순간순간마다, 트럭에 의료장비를 싣고 이동할 때마다 미얀마군부의 확인 및 제제사항에 가슴이 턱 내려앉은 불안감등을 멀리하며 무사히 의료봉사에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부은 의료봉사단에게 박수로 화답하기에는 많은 부족함을 느낀다. 미얀마 의료봉사를 앞두고 다리를 다쳤음에도,가족이 갑자기 쓰러지는등의 수많은 걸림돌 앞에서도 흔들림없이 헌신적인 인술과 사랑, 작은 감동과 기적을 탄생시킨 숨은 무명배우들이 있었기에 이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네이버 검색창에 미얀마 아웃리치1을 터치하니 작은기적을 만들어 낸 의료봉사단속에 동생부부의 땀방울과 평화로운 미소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안승현(지속가능발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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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9-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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