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9월 04일 10시59분
그로데스크한 예술 신화
[김스미의 미술산책] 58. 데미안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앤디 워홀도 장 미셸 바스키아도 사라진 미국이 조용해질 즈음이다. 1991년 데미안 허스트는 대형 유리 진열장에 포름 알데히드 용액을 가득 채우고, 이빨을 드러낸 죽은 뱀상어 한 마리를 집어넣었다. 상어는 호주의 업자에게 의뢰하여 포획한 6,000파운드(한화 약 1,057만 원)짜리다. 작품 제목을'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라고 붙인다. 불가피한 죽음의 공포와 마주보기를 꺼리는 인간의 속성을 말하는 개념미술(conceptual art)을 표방한 설치작품이다. 쩍 벌어진 입, 무시무시한 이빨, 튀어나올 듯 쏘아보는 눈, 공포의 시간을 정지시켰다. 이 작품으로 그는 스타가 되고 현대미술의 패권이 영국으로 패스된다. 2005년 수조 안에 상어가 부패 되기 시작하여 포르말린을 더 부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새로운 상어로 교체되고 포르말린도 농도를 높였다. 작품은 100억에 팔린다. 또한 동물의 사체를 유리관에 넣고 파리를 들끓게 하는 그로데스크함의 극치를 보인 작품을 연달아 발표한다. 수천 마리의 나비를 잡아 광택 안료를 칠하여 붙인다. 그는 나비들의 저승사자다. 나비는 현대미술의 희생양이 되었다. 일부 작가들조차 너무 멋지다고 너도나도 나비를 따라 그린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19세기 진짜 영국 사람의 두개골에 백금을 입히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았다. 사람의 치아도 이식한 이 엽기적인 작품을 ‘멋지다’ 해야 하나? '때로 놈은, 예술에 대한 큰 사랑을 알고/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여인으로 둔갑하여/ 위선적인 그럴싸한 핑계를 내세워/ 내 입술에 더러운 마약을 맛 들게 한다'라는 보들레르의 '파괴' 라는 시가 떠오른다. 어쨌거나, 이 작품의 이미지는 전 세계로 팔려나가고 사람들은 한동안 해골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그는 사치 갤러리의 후원으로 가장 돈 잘 버는 생존 작가로 돈방석에 앉았다. 그러나 지나친 상업성 추구와 작품 가격을 부풀린 거짓 판매 촌극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기발한 창의성의 베이스가 궁금하여 성장배경을 살펴보나 특이 사항이 없다, 예술이 특성화된 골드 스미스 미술대학 출신이 전부다.
창조적 발상과 표현은 입시 미술학원 간판 문구다. 현대미술은, 마음을 깊이 감동시키거나, 바라보니 눈물이 난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남다르게 표현하여 주목받고, 유명 갤러리가 후원하여 스타가 되고, 대가로 만들어져 승승장구한다. 이렇게 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니 운이 1,000퍼센트 작동해야 한다. 행운도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멋진 작품을 하고도 평생 가난에 허덕이다 사라진 화가가 한둘인가. 그러니 운발도 실력이랄 수밖에 없다.
/ 화가 김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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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9-0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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