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01일 14시48분
[온누리]헤즈볼라
아랍에는 국제사회가 반국가단체라고 일컫는 세력들이 있다. 예멘의 후티나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그리고 레바논의 헤즈볼라다. 이라크에 카타이브 헤즈볼라도 있으나, 이들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와는 다른 조직이다. 헤즈볼라는 쿠란에 등장하는 히즈볼라가 와전된 것으로 ‘신의 정당’이라는 뜻이다. 반국가단체라는 말은 국제사회가 인정을 안 한다는 것일 뿐 실제적 집권세력이다.
대부분 아랍을 식민지배했던 영국이나 프랑스와 저항에서 분파됐거나 이스라엘에 대항하면서 생겨난 것들이다. 이 중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을 제압한다는 명분으로 레바논 내전에 뛰어들었던 이스라엘에 반발해 생겨난 시아파 민병대가 성장한 조직이다. 1983년 출범 초기부터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테러 등의 성과를 내며 명성을 높였다.
국제적으로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세계에서는 헤즈볼라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은 우호적이다. 오히려 러시아는 무기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서방국가들이 항의했지만,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조지아에 무기를 판매한 이스라엘의 행태를 지적하며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시아파인 이들이 수니파가 대부분인 레바논에서 건재한 것은 개방적인 태도와 민생 중심의 정치력 때문이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레바논은 기독교인들이 많다. 헤즈볼라는 이들을 모두 포용했다. 여성들에게 히잡이나 니캅, 부르카 등의 전통 복장도 강요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복장만큼이나 여성 권익과 교육도 장려한다. 그런 만큼 헤즈볼라 내부에도 여성 대원이나 간부 비율도 높다고 한다.
헤즈볼라는 조직을 위해 희생당한 대원과 가족을 우대한다. 자폭테러 대원의 가족들에게는 극진한 예우와 함께 막대한 위로금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고, 그 외 전투 사망자나 부상자에게 보상은 물론 일자리 주선과 생활비도 제공한다. 민생을 살펴 어려움을 해결함은 물론, 틈만 나면 이웃 팔레스타인을 돕는다. 그들의 세계에서 헤즈볼라는 살아있는 메시아인 셈이다.
이런 정치 행위 위에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적대감은 고조돼 있다. 1985년 TWA여객기 납치, 1992년 아르헨티나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폭탄 테러 등 수많은 테러도 자행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나, 이런 조직이 생겨나고 성장할 수 있게 만든 당사자들의 반성도 필요하다.
최근 헤즈볼라의 공격을 미리 탐지한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를 선제 타격하자, 이에 반발한 헤즈볼라의 보복 선언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서로 전면전은 피하고자 하는 형세지만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총과 포탄으로 오는 평화는 없다. 역사와 종교, 거기에 검은 황금 석유까지 얽힌 중동에 진정한 가을은 요원한 것일까?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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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9-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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